지지율 상관 안한 '국익' 최우선 행보…아소다로 "양국 공동이익 위한 결단"
대통령실 "한국, 한일관계서 유리한 위치…한미일 관계서도 주도적 위치"
'일종의 포석' 한일관계 정상화, 미국 주도 자유진영의 핵심 공급기지 자리매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내 정치 사정이 있을 텐데도 이번 방일을 결정해 줬다. 양국 공동이익을 위한 결단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다시 한 번 환영한다."

현재 일본 정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인 아소다로 전 총리가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발언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1박 2일간의 압축적인 일본 방문을 통해 '한일관계 정상화' 첫발을 내딛었지만, 그 진의를 놓고 야당과 언론 일각의 반대가 들끓고 있다. 제대로 받은 것 없으면서 내줄대로 내주었다는 '굴욕외교'라는 비판이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반발을 무릅쓰고 자신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대통령 지지율) 추이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국익을 최우선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한지 10개월 지나, 아직 임기가 4년 이상 남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방일을 계기로 국가안보와 경제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4년간의 장기 포석을 두었다는 평가가 높다.

   
▲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3월 17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에서 일본 학생들과 한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은 강연회에서 나온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가장 먼저 꼽히는 한일관계 정상화 성과는 안보 측면이다. 바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정상화다. 

국방부는 윤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 다음날인 17일 외교부에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발빠른 후속 조치에 돌입했다. 외교부가 이 내용을 담은 외교 공문을 일본 외무성에 발송하면 지소미아 관련 조치가 완료된다.

지소미아가 정상화되면 지난해 11월 한미일 3국 정상이 합의한 북한 탄도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다음달 하순 미국에 국빈 방문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토대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더 공고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양국의 안보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경제 분야의 불확실성까지 제거되고 있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해제와 윤석열정부의 일본 관련 세계무역기구 제소 취하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고, 한일간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국) 배제 조치도 풀린다.

이는 수출 등 한국의 경제 지표에도 파란 불이 켜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19일 발간한 '한일 관계 개선이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간 수출 구조가 양국관계 악화 이전 수준으로 복원될 경우 한국의 수출액이 연간 26억 9000만 달러(3조 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보고서는 "한일 관계 악화 후 타격이 컸던 산업 부문의 수출이 이전 대일 점유율을 회복할 경우 올해 1~2월 12.1%까지 급락한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 반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일 양국 간 관계 개선이 일본 경제 회복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라며 "윈윈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그대로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대통령실에서 현안 브리핑을 갖고 "한국 정부가 한일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가 됐고, 한미일 관계, 더 나아가서 국제 관계에서도 주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한국과 일본, 또는 한미일 3국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서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안보‧경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도운 대변인은 극렬한 반대를 일삼는 야당에 대해 "역사의 큰 흐름이나 국제질서 변화의 큰판을 읽지 못하고 너무 지엽적인 문제를 제기하거나 지나치게 과도한 용어를 동원해서 정치적 쟁점을 만들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 동북아 정세는 중국·러시아·북한 대 미국·일본·한국이라는 질서로 정리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 또한 이러한 큰 틀에서 움직이고 있다.

윤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결단은 대한민국을 미국 주도 자유진영의 핵심 공급기지로 자리매김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기존 한미동맹에 한일관계를 더해 한미일 3각 동맹을 구축함으로써, 경제·안보 상 무수히 닥칠 글로벌 위기와 장벽을 헤쳐나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