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조합, 공사비 증액 두고 갈등…입주 앞두고 유치권 행사
법원, 조합 측 가처분 신청 기각…"유치권 금지 법적 근거 없어"
지자체 중재 하에 공사비 협의 지속…일반분양자 대안 논의 중
[미디어펜=김준희 기자]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신목동파라곤(신월4구역 주택재건축)’에서 입주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법원이 유치권을 행사 중인 시공사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조합이 대안으로 일반분양자 우선 입주를 제안하면서 구제 방안 마련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 서울 양천구 일대 신목동파라곤 단지 입구 전경. 차량과 컨테이너가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김우현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일대 신월4구역 조합이 시공사 동양건설산업을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2021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공사비 조정과 관련한 시공사의 협의 요청에 조합이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봤다. 공사비 증액에 대해서도 “양 측 의견 차이가 있으나 소비자물가지수 변동 경과 등에 비춰볼 때 상당한 정도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며 타당성을 인정했다.

신월4구역을 재건축한 신목동파라곤은 지하 2층~지상 18층, 5개 동, 299가구(일반분양 153가구) 규모로 지난 2020년 분양해 이달 1일 입주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입주를 앞두고 시공사는 유치권을 주장하며 단지 정문을 가로막았다.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조합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시공사는 원자잿값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 106억 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조합은 이를 거부했다.

시공사 측은 2021년 12월부터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협의를 요구했으나 조합이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이 일방적으로 입주 절차를 진행하면서 유치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 신목동파라곤 단지 뒤쪽 보행로를 컨테이너가 가로막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지난달 초부터 조합에 ‘공사비 협의 없이 입주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통보했지만 조합이 일방적으로 일반분양자를 포함해 입주 안내를 진행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입주예정자들에게 (‘입주 불가’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발송했으나 조합이 계속해서 입주 절차를 강행하면서 유치권 행사를 통해 입주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재건축사업 평균 평당 공사비가 700만~800만 원 수준인데 저희는 최초 380만 원에 계약해 중도에 변경이 된 금액이 410만 원”이라며 “이조차 설계 변경 요구에 의해 물량이 늘어나면서 증액된 것이고 물가 변동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른 손실금액만 200억 원 이상에 달하지만 현실적으로 106억 원 증액을 요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조합과 시공사는 계약서에 ‘2018년 7월 이후부터는 기획재정부 발표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3% 이상 물가가 상승할 경우 양 측 협의로 공사비 단가를 조정한다’고 명시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2018년 8월 기준 2021년 10월 3% 이상 올랐고 지난해 12월에는 9% 이상 치솟았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지수 3%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 협의에 대한 조건이 성립됐고, 이에 따라 건설물가지수 상승률을 반영한 손실 보전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합은 시공사가 요구하는 공사비 증액 규모가 과도하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내달 14일까지 입주 지정기간으로 협의할 시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분양자까지 입주를 제한하는 등 입주예정자를 볼모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춘옥 신월4구역 재건축조합장은 “전체 조합원이 120명가량인데 공사비 106억 원을 증액하게 되면 1인당 추가 분담금이 평균 8000만~9000만 원 수준”이라며 “지역 특성상 서민들이 대다수인데 이 정도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면 입주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 신목동파라곤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조합은 가처분 기각에 대해서는 항고를 통해 법적 다툼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결국 애꿎은 일반분양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예정된 날짜에 입주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순식간에 ‘떠돌이’ 신세가 됐다.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태 해결에 대한 기약조차 없어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이들에 대한 대책은 논의에 들어갔다. 양천구청에 따르면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 과정에서 조합이 일반분양자 우선 입주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시공사가 수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사태 발생 이후 계속해서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 테이블을 만들면서 협의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사비 관련 갈등은 별개로 선의의 피해자인 일반분양자들에 대한 대안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사비 문제 해결은 전적으로 양 측 합의에 달려있는 만큼 입주 지연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청 관계자는 “17일 가처분 소송 결과 발표 이후 주말을 포함해 매일 자리를 마련하면서 양 측 의견을 청취하고 변동사항에 대해 공유하고 있지만 아직 협상에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대안을 마련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