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현 주52시간제, 주 단위 상한 설정 경직적…현실 맞는지 이슈"
계절별·사업장별·부문별 노동수요 달라…기업·근로자 이해관계 일치 안해
현행법상 노사합의하면 주64시간 가능…주52시간 초과 사업장 1.4% 불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에 세밀한 여론조사, FGI를 시행하고 제게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해 놓았다. 특히 MZ근로자, 노조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와 폭넓게 소통하겠다. 노동시장 유연화 등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노동개혁 과제에 관해 국민들께서 좋은 의견을 많이 제시해주기 바란다. 국민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데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숙의하고 민의를 반영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열린 제12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유연근무제에 대한 여론 수렴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노동개혁의 또 하나의 과제인 노동시장 유연화는 그 제도의 설계에 있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수집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강조한 것은 노동 약자들을 위한 확실한 담보책, 건강권 및 휴식권 보장, 노사 양측의 선택권, 노동수요에 대한 유연한 대응으로 요약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과 관련해서 임금 휴가 등 근로 보상체계에 대해 근로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특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노동 약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근로자들의 건강권, 휴식권 보장과 포괄임금제 악용 방지를 통한 정당한 보상에 조금의 의혹과 불안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저는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우선 근로시간에 관한 노사 합의 구간을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노사 양측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노동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첨단산업 지역 육성전략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0일 이와 관련해 기자들을 만나 "현재 우리 근로시간 제도가 주 52시간에 획일적이고 경직적으로, 주 단위로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며 "이렇게 규제하는 것이 현실에 맞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이슈가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밝힌 근로시간 이슈는 계절별·사업장별·부문별 노동수요가 다를 뿐더러 기업·근로자 입장에서 이해관계 일치가 안된다는 점이다.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 37시간만 근무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지만 실제 주 52시간 초과하는 사업체는 전체의 1.4% 밖에 안 된다"며 "전체 상용직 1인 이상 사업장 중 52시간 초과 사업장이 1.4%에 불과하고 이에 해당하 근로자 수는 20만 명 이하"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바뀌고자 하는 제도로 가더라도 급격히 장시간 근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기업의 입장, 근로자들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새 제도를 한번 설계해 보자는 것이 이번 노사 개편안의 취지"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람들의 노동 수요라는 것이 사무직도  다르고, 생산직도 다르고, 직종에 따라 다르고, 하는 일에 따라서 다 다르다"며 "각계각층 의견을 잘 들어서, 또 필요하면 대통령 지시처럼 여론조사까지 해서 법으로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문제점을 줄일 제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정부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현행법상 노사가 합의하면 주 64시간 근로가 가능하고, 선택적근로로 가면 69시간까지도 가능하다.

윤 대통령 지시로 대대적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공짜야근'에 따른 근로자들의 피해의식을 최소화하고, 근로한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유연근무제가 구축될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의 여론조사, 의견 수렴은 이제 시작이다. 향후 정부가 어떤 묘안을 도출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