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은영 기자] # 경기도 안성에서 배를 재배하던 오모(56)씨는 지난 2013년 15호 태풍 볼라벤, 이틀 후엔 14호 태풍 텐빈으로 과수원이 모조리 피해를 보았다. 1년간 키운 800그루의 배나무 중 80% 가까이가 떨어지고 배나무를 둘러싼 바람막이와 배나무 잎도 모두 찢어졌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충분히 대비한다고 했지만 초속 15~25m의 강풍 앞에선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 전북도에서 사과밭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1)씨는 2014년 6월  갑작스런 우박에 재배 중이던 사과의 피해가 컸다. 결실 과수 중 우박에 맞은 사과가 70%로 대부분의 사과는 내다 팔수 없게 됐다. 사과 재배 이후 10월 말부터 한 박스에 3만~4만원에서 팔던 사과였지만 품질이 저하되면서 떨이로 겨우 파는 정도 밖에 되지 못했다.

   
▲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농작물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사진=YTN캡쳐

가뭄으로 농심이 타들어 가고 있어 메마른 하늘을 향한 원망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여름이 깊어질수록 걱정거리가 앞선다. 앞으로 다가올 폭우와 태풍으로 발생한 피해 가능성이 농심을 두번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부들 가운데 가뭄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건수가 지난해 비해 71% 많아졌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올해 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부 중 가뭄 피해 건수는 24건으로 지난해 14건보다 10건이 많다. 비록 건수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장기화될수록 피해 신고가 늘어날 전망이다.  

가뭄으로 농가피해가 확산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부가 피해 대책에 적극적이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매년 농작물의 피해가 가뭄보다는 폭우와 태풍,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며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협손보에 따르면 폭우로 인한 피해보상 접수 건수가 가뭄일 때보다 현저히 많았다. 지난 2013년도에는 77건이 접수됐으며 지난해에도 139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3년도에는 7~8월 잇단 폭우에 상추 값이 일주일에 3배 가량 오르는가 하면 지난해 200mm가 넘는 폭우가 한 번에 쏟아지면서 오리 축사 4곳이 한번에 침수되는 등 가축, 농작물의 비피해가 극심했다.

최근 기상청에 따르면 엘리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3도 높은 상태로 상승하는 '슈퍼 엘뇨' 현상으로 올해 하반기에 폭우와 태풍 등 이상기후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가뭄으로 인해서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매년 피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폭우와 태풍 등이다. 앞으로 올 폭우와 태풍에도 대비를 해 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