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별 5·10% 설비 확장 금지 조항 발표…시간 주되 中 투자 정리 요구 메시지 해석
[미디어펜=조성준 기자]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세부 규정이 발표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향후 중국 투자를 줄여야 하는 데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전날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미국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의 보조금을 받으면 앞으로 10년 간 중국 등에서 현행 대비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의 생산능력 확대 제한을 준수해야 한다.

   
▲ 지난달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코리아 2023' 전시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미 당국이 첨단 반도체 시설을 전면 봉쇄가 아닌 현재의 5%까지 시설 확장을 허용했고, 범용 반도체 시설은 현재의 10%까지 확장이 가능하도록 해 예상보다는 나은 조건으로,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반도체 생산 첨단 설비의 반입 규제가 제외된 것도 긍정 요인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반도체 대중 수출통제를 하면서 중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중국에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한 바 있다.

해당 조치와 관련해 미국 고위당국자는 "우리는 한국과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들에 속하고 우리는 진심으로 미국 반도체산업에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국내 업체들은 미국이 가드레일 세부지침에서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내 반입을 추가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양적인 생산능력 확대만 규제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우리 기업이 미국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중국 내 반도체 시설 확대가 10년 간 5%로 묶인다는 점에서 중국 시장 확장성 제한이라는 타격은 불가피하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 중인 제품은 첨단 반도체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미국 투자의 대가로 미 정부에서 1억5000만 달러 이상 보조금을 받게 되면 반대로 중국 시장에서는 투자를 제한받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지 여부와 향후 중국 시장 등 글로벌 사업 방향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일단 10년 간 한국 기업들에게 중국 사업을 정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중국 투자를 줄이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더 강화하는 추가 조치를 다음 달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반도체 생산장비 강국인 네덜란드 및 일본 등과 조율해 중국에 수출이 금지되는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규모를 기존 17개에서 두 배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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