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일본이 낳은 '완벽한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만화로 만들었다. 야구에 관한 한 지구상에 이런 선수가 또 있을까 싶은 투·타 활약으로 일본의 우승을 이끌고 MVP를 차지했다.

일본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 2023 WBC 결승전에서 3-2로 승리, 2009년 이후 14년 만에 통산 3번째 우승했다.

결승전의 하이라이트가 9회초 미국의 마지막 공격에서 펼쳐졌다. 3-2로 앞선 일본은 한 점 차 승리를 지키기 위해 오타니를 마무리 투수로 등판시켰다.

   
▲ 오타니가 결승전 마무리에 성공하며 일본의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WBC 공식 SNS


'이도류' 오타니는 이날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 활약을 한 후였다. 투구 컨디션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마운드에 올라, 살얼음 리드를 지켜야하는 상황 자체가 만화같았다.

오타니는 최고의 피날레를 연출했다. 선두타자 제프 맥닐을 볼넷 출루시켰으나 무키 베츠를 2루수 땅볼 유도해 병살 처리하며 투아웃을 잡았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 강타자라는 마이크 트라웃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며 일본의 승리와 우승을 확정지었다.

감격적인 이 장면을 만들기까지 오타니가 이번 WBC에서 밟아온 길도 '더 글로리(영광)' 시리즈를 보는 듯했다.

1라운드 일본의 첫 경기 중국전부터 선발투수와 지명타자로 출전해 '야구월드컵'이라 불리는 WBC에서도 투타 겸업을 했다. 투수로 4이닝 무실점 역투해 승리투수가 됐고, 타자로는 2안타 2볼넷 2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1라운드 남은 3경기에서 타자로만 나서며 호주전 선제 3점홈런 등 활약을 이어가 일본의 4전 전승 조 1위 8강행에 앞장섰다.

이탈리아와 8강전에 오타니는 다시 선발 등판해 4⅔이닝 2실점 호투로 또 승리투수가 됐다. 물론 타자로도 나서 1안타 1볼넷 2득점을 하며 일본의 준결승 진출을 선도했다. 그리고 이날 결승전 투타 활약까지.

   
▲ 오타니가 투타 활약으로 일본의 WBC 우승을 이끌고 대회 MVP를 수상했다. /사진=WBC 공식 SNS


오타니는 이번 WBC에서 일본이 7전 전승 우승을 하는 동안 투수로 3차례 등판(선발 2차례, 마무리 1차례)해 9⅔이닝을 던지며 2승 1세이브를 올렸다. 타자로는 타율 0.435, 1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345를 기록했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모두 MVP급 활약을 펼치며 일본의 우승에 주역이 됐으니, 대회 MVP는 당연히 오타니 차지였다. 뿐만 아니라 대회 올스타팀(올 WBC팀)에도 투수와 지명타자 부문에 모두 뽑혔다.

이번 2013 WBC는 '오타니의, 오타니에 의한, 오타니를 위한' 대회였다. 'WBC라 쓰고 오타니라 읽는다'는 말이 과장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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