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최대 은행 UBS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22조원 규모의 '코코본드'(신종자본증권)가 전액 상각되면서 채권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상각채권이란 보유한 채권 중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없거나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손실 처리한 채권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제2의 CS코코본드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 스위스 금융당국이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 과정에서 22조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상각 처리하며 채권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국내 은행 딜링룸.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2일 KB증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은행·보험·증권·금융지주 등 국내 기관들이 발행한 하이브리드 채권 잔액은 총 6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종자본증권이 25조1000억원(63%), 후순위채는 42조5000억원(37%)이다. 이 가운데 국내 은행의 발행 잔액은 전체의 56.1%인 37조9000억원 규모다.

신종자본증권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완충자본을 늘릴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높지만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전액 소멸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일반 채권보다는 후순위지만 주식에 비해 선순위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번 거래에서 CS의 모든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되는 반면 신종자본증권 보유자는 아무것도 받지 못해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CS 사태로 하이브리드 채권 시장의 투자자들이 술렁이고 있지만 국내에서 제2의 CS코코본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와 유럽의 조건부자본증권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의 코코본드 상각 가능성은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즉 국내의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경영개선명령'을 받아야 상각 조건이 충족되는데 이럴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이야기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과 금융감독원의 은행업감독규정 등 관계법령에 따르면 부실금융기관 지정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야 하고, 경영개선명령은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이 2% 미만으로 하락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국내 코코본드 발행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자기자본이 24조∼32조원 규모"라며 "(상각 발생 사유가) 국내 은행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이와 맞먹는 대규모 부실이 발생해야 한다"면서 "국내 시중은행의 BIS 총자본비율도 16% 이상에 달해 2%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현재 시점에서는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CS 신종자본증권 전액 상각 처리 결정은 국내 기관들이 발행한 하이브리드 채권에 대해서도 불안을 느끼게 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 기관 중 코코본드 발행 잔액 비중이 높은 국내은행의 자본적정성 지표를 감안할 때 (상각을 발생시키는) 이벤트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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