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한국은행은 2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과 관련 "금융불안 상황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연준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점검했다.

   
▲ 사진=미디어펜


이 부총재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이후 금융 불안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금융안정 상황 전개와 그에 따른 미국 통화정책 관련 기대변화 등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 여건 변화와 국내 가격변수,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4.50~4.75%에서 4.75~5.00%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준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당초 시장에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전망이 우세했다.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꺾이지 않으면서 연준이 이달 인상 폭을 다시 높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SVB·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베이비스텝을 밟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연준은 40년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인상)을 잡기 위해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 등 연속 4차례에 걸쳐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에 나섰다. 이후 물가상승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12월 0.5%포인트, 올해 2월 0.25%포인트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연준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1.50%포인트로 확대됐다. 2000년 5~10월(1.50%포인트) 이후 22년 만에 최대치로 한국 내 자본 유출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인상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다음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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