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집어삼킨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소속팀으로 복귀해 이제 메이저리그 개막을 준비한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의 시즌 개막전 선발로 일찌감치 낙점돼 있다. 그런데 개막전 등판을 앞둔 최종 점검 무대를 시범경기가 아닌 마이너리그 경기로 잡았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내린 2023 WBC는 한 마디로 '오타니 쇼'나 마찬가지였다. 이날 열린 결승전에서 일본이 미국을 3-2로 꺾고 우승했다. 일본이 1라운드부터 7전 전승으로 우승까지 내달리는 과정에서 오타니의 활약상과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오타니는 이번 WBC에서도 '투타 겸업'을 했다. 투수로는 1라운드 첫 경기 중국전과 8강전 이탈리아전에 선발로 등판했고, 미국과 결승전에는 9회 마무리 출격했다. 선발 두 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됐고, 미국전에서는 1점 차 박빙의 리드를 지키고 일본의 우승 순간 이른바 '헹가래 투수'가 됐다. 2승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86(9⅔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 미국과의 결승전 마무리투수로 나서 일본의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오타니. /사진=WBC 공식 SNS


타자로는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345를 기록했다. 1라운드 호주전에서는 선제 결승타가 된 3점홈런도 한 방 터뜨렸다.

그야말로 만화같은 투타 활약을 한 오타니는 당연히 대회 MVP로 선정됐고, 대회 올스타팀에도 투수와 지명타자 부문에 모두 뽑혔다.

WBC가 '오타니 쇼'로 끝남에 따라 이제 오타니의 다음 행보,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상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진 가운데 그의 마이너리그 등판 소식이 전해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닷컴은 23일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이 오타니를 25일 마이너리그 경기에 한 차례 등판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31일 열리는 에인절스의 개막전(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선발에 대비하려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나서는 것이 좋을텐데, 오타니는 마이너리그 경기 마운드에 오른다. 왜일까. 다 이유가 있어서다.

네빈 감독은 "오타니에게는 충분히 회복할 시간과 환경이 필요하다"며 "오타니는 보다 편안한 상태에서 오클랜드와 개막전 선발 등판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타니가 WBC에서 워낙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쳤기에 그에 대한 팬들과 미디어의 관심은 대폭발했다. 이런 가운데 시범경기에 나서는 것은 상당한 혼란을 야기하고 오타니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인절스 구단과 네빈 감독은 이런 점을 고려해 오타니가 조금이라도 노출이 덜 되고 통제가 쉬운 편안한 상태에서 개막전 등판 마지막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더욱 귀하신 몸이 된 오타니 보호 차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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