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정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해당화관’이란 이름의 평양시내 호화식당의 여성 지배인이 내연녀였다는 사실이 공개됐었다.

당연히 그 여성도 장성택이 처형된 이듬해인 2014년 4월 강제 소환됐다가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이 여성은 북한에서 인민경제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로 장성택의 혼외자식까지 낳아 키웠다.

최고 지도자의 사위이자 매부이며, 고모부로서 한때 권력의 정상에 있었을 장성택의 내연녀라는 사실만으로 사형을 당한 해당화관 여성 지배인의 삶이 기구해보이지만 북한에서는 전혀 특별하지 않다.

봉건적 3대세습으로 통치를 하듯이 여성들도 최고위 간부의 자식으로 태어나지 못하면 아무리 능력이 있더라도 출세하기 어렵다.

즉 북한에서 출세를 하려면 ‘대물림’ 혹은 ‘뒷배’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으로 이런 현실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특히 가혹하다.

여성들이 뒷배를 얻으려면 능력보다 외모가 우선시되는 세태 때문에 일반가정 여성들의 대학 진학률은 무척 낮다. 대다수 여성들은 일찌감치 시집을 가거나 장사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여성도 간부를 하려면 일단 당원이 되어야 한다. 당원이 되는 과정부터 대학 졸업과 출신 집안을 따지기 때문에 한정적이다.

여성이라도 당연히 간부에 오를 우선 대상은 최고위급 간부나 빨치산 출신 집안의 딸이 꼽힌다. 소식통이 전하는 2010년도 내각 중앙통계국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북한 여성들의 0.1% 정도가 고위 중앙기관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다. 중급 기관까지 합쳐도 전체 여성의 1% 정도가 간부직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30일 보통강신발공장을 소개하며 최근 북한의 젊은 층에 화려한 디자인의 신발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젊은 여성에게는 높은 굽과 화려한 디자인의 구두가 남성에게는 뒤축이 높고 앞이 뾰족한 구두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조선신보는 전했다. 사진은 보통강신발공장에서 생산된 신발을 신은 북한 여성. /사진=연합뉴스
특별히 학생으로 재학하는 기간에도 군복을 입는 국방과학자 양성 평양국방대학을 졸업한 여성 중에 순수하게 능력을 인정받아 간부에 오를 기회를 얻는다. 평양국방대학은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남녀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입학시험에서 통과되면 갈 수 있다.

따라서 일반가정 출신의 여성이 출세를 꿈꿀 경우 고위층 남성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특히 중앙당 6과와 인민무력부 5과 출신 여성이 왕왕 구설수에 오르면서 평양시 간부들 사이에서는 이 두 과가 여성 간부의 배출구라는 말도 돌았다.

중앙당 6과나 무력부 5과는 ‘선발’을 담당하는 부서로 우리 식으로 말하면 신입 사원을 뽑는 인사 담당 부서이다.

장성택의 내연녀가 바로 중앙당 6과 출신이라고 한다. 중앙당 6과에서 제대한 이후에야 인민경제대학을 졸업하고 장성택의 후원을 받아 해당화관 지배인이 됐다.

무력부 5과 출신으로 영화배우까지 되었다가 남성편력으로 인해 회령시로 추방되었지만 회령시 당 간부의 뒷배를 입어 회령관 지배인으로 출세한 여성도 있다.

북한에서 배급이 끊기고 주민들이 생활고를 겪으면서 오히려 뇌물 관행이 만연해진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일반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장마당’이라 불리는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 직장 간부에게 뇌물을 바쳤다. 돈을 좀 가진 사람들은 중국에 나가서 무역을 해서 돈을 더 벌려고 고위 간부에게 뇌물을 바쳤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도 출세를 더하려고 윗선에 돈을 대는 식이다.

문제는 뇌물을 바쳐도 처벌을 받지 않는 데 있다. 뇌물이 관행이 된 것처럼 여성들의 성상납도 관행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조직에서 여성들이 성상납 요구를 거부할 경우 보직에서 쫓겨나 노동자나 농민으로 전락하는 일까지 겪는다고 하니 북한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