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4년간 사용 초등학교 3~6학년 교과서에 강제동원 강제성 희석
아베 내각 2014년부터 각의 결정 내용을 교과서 개정에 반영하기로 결정
호사카 “일본에서 한번 각의 결정되면 반영구적…정치권 속성 깊이 봐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과 관련해 강제성 표현을 삭제한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최근 한국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승적인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하면서 추진해온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이날 발표한 교과서 검정심의회에서 심사가 통과된 2024년도 초등학교 3~6학년이 사용할 교과서 149종 가운데 연합뉴스가 12종 교과서와 지도 교과서 2종을 분석한 결과 징병 관련 기술에서 ‘지원’을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점유율 1위인 도쿄서적은 6학년 사회교과서에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의 병사로서 징병됐다’는 기존 표현을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게 됐고, 후에 징병제가 취해졌다’로 변경했다. 해당 문구 옆 사진 설명도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에서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바꿨다.

점유율 2위인 교육출판의 6학년 사회교과서도 ‘일본군 병사로 징병해 전쟁터로 내보냈다’는 기존 기술에서 ‘징병해’를 삭제하고 ‘일본군 병사로서 전쟁터에 내보냈다’로 단순화했다.

이와 함께 일본 교과서에서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도 좀 더 명확해졌다. 됴쿄서적의 지도교과서의 기술은 기존 ‘한국에 점거돼 일본은 항의하고 있다’를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 일본은 항의하고 있다’로 교체했다. 도쿄서적의 5학년 사회교과서에는 기존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 문구가 ‘70년 정도 전부터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로 바뀌었다.    

일본 교과서 검정은 4년 주기로 이뤄지고 있고, 이날 발표된 교과서 내용은 지난해 4~5월 검정신청이 완료된 것이다. 이번 일본 교과서 검정은 2017년 개정된 초등학교 학습지도요령과 2021년 4월 내각에서 각의(국무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올해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내년부터 4년간 사용하게 된다.  

문제는 이같이 역사왜곡을 강화한 일본 교과서 개정은 2014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에 ‘각의 결정으로 교과서 내용을 통제’하기 시작한데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에서 이전에는 교과서 기술에 자율성이 있었지만 아베 내각이 2014년 각의 결정 내용을 교과서에 반영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기시다 내각도 아베 내각과 스가 내각을 계승한다고 선언했으므로 각의 결정 내용이 수정되기 힘들다. 우리의 국무회의 결정과 전혀 다르게 일본에선 한번 각의에서 결정되면 반영구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일본 문부과학성이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현행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돼있는 자료사진 설명을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바꾼 도쿄서적 6학년 사회 교과서. 위쪽이 현행 교과서. 2023.3.28./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호사카 교수는 “한국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한 이후에도 하야시 외무상이 일본 의회에서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말했는데, 이것도 이미 정해진 각의 결정 내용에 따른 것”이라며 “일본 교과서 역사왜곡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번에 일본의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너무 믿어버린 탓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를 예상하는 언론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던 전날 한 정부 고위당국자는 “일본 교과서 문제는 10여년 연속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어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마치 일본정부가 늘 해오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일 뿐 한일관계가 개선되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일본에서 총리 한 사람의 생각으로 기존 각의 결정을 바꾸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상황으로 이제라도 정부가 일본 정치권의 속성을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현재 윤석열정부와 기시다 내각의 의지로 보이지만 미래세대들이 볼 교과서 내용의 간극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일본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것에 대해 강력 항의하고, 강제동원과 관련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교과서 내용이 변경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일본정부가 지난 수십년동안 이어온 무리한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특히 우리 교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또다시 검정 통과시킨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아울러 외교부는 “우리정부는 강제동원 관련 표현 및 서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일본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나가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미래를 짊어져나갈 세대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기초가 되어야 하는 만큼 일본정부는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세대의 교육에 있어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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