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프로야구단 KIA 타이거즈의 단장이 선수와 계약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고, 이런 사실이 알려져 해임됐다.

지난 29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장정석 KIA 단장이 지난해 소속팀 선수였다가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포수 박동원과 협상을 하면서 계약이 좋은 조건으로 성사되면 뒷돈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동원은 KIA와 계약하지 않았고, LG 트윈스와 FA 계약(총액 65억원)을 하고 팀을 옮겼다.

박동원이 장 단장의 이런 요구가 담긴 녹취록을 갖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논의하며 도움을 요청했고, 선수협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KIA 구단측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KIA 구단은 29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장 단장을 즉각 해임했다. 장 단장은 박동원에게 농담조로 '용돈 좀 달라'는 말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KIA 구단은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금품 요구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장정석 단장을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 사진=KIA 타이거즈


이번 일은 상당히 충격적이면서도 매우 심각하다. 장정석 전 단장의 개인적 비위로 치부하고 그냥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특히 장 전 단장의 경력을 감안하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장 전 단장은 이른바 '선출'(선수출신)로, 구단 실무를 총괄하는 최고위직 단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지난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프로 데뷔했고, KIA(2002~2003년)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선수로서 두드러진 활약을 못했지만 은퇴 후 프런트로 변신해 다양한 보직을 거쳤다. 현대 기록원으로 프런트 업무를 시작해 팀이 히어로즈로 바뀐 후 매니저, 운영팀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 10월에는 히어로즈 감독으로 깜짝 선임됐다. 지도자 경험이 없다는 핸디캡에도 감독 2년차인 2018시즌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2019시즌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며 지도력을 발휘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시키고도 히어로즈의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 논란에 얽혀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은 장 전 단장은 방송 해설위원으로 2년 가까이 활동했다. 그리고 2021년 11월 KIA 단장으로 선임됐다. 단장으로서 지난 시즌 KIA가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르도록 뒷받침하며 구단 행정가로도 역량을 발휘했다.

선수, 프런트 직원, 감독, 단장 등 장 전 단장이 걸어온 길은 한국프로야구의 총집합처럼 보인다. 프로야구에 몸담고 있는 선수 등 관계자들뿐 아니라 야구팬들에게도 장 전 단장은 상당히 입지전적이고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그런 장 전 단장이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든다. 한국프로야구가 화려한 외양과 달리 속으로 얼마나 부패했으면, 구단 관리와 운영이 얼마나 허술했으면 이런 일까지 벌어졌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과연 장 전 단장의 개인적인 일탈일 뿐일까. 혹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런 식의 뒷거래가 은밀히 횡행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 걸까. 기우이길 바라지만, 심각한 인식을 갖고 세세하게 점검을 해야 할 부분이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의 대표팀 부진, 전 롯데 선수 서준원의 성범죄 혐의 수사 파문에 장 전 단장의 뒷 돈 요구까지 보태졌다. 출범 41년이 된 한국프로야구는 안녕한가.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