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7년만에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권영세 “고발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 해법 찾는데 근본 목적”
탈북민 2075명 문답서 기초 2017~2022년 탈북 508명 증언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에서 한국 영상물을 돌려 보고 아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강원도 원산시의 청소년 6명이 재판 즉시 총살됐다고 한다. 임신 6개월이었던 여성이 손가락으로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를 가리켰다가 처형됐다는 증언도 있다.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여성이 임신 8개월 상태로 구금됐는데, 기관원이 중국인 아이를 임심했다는 이유로 분만유도제를 통해 출산하게 한 뒤 살아서 태어난 아기를 살해했다고 한다. 정부가 처음으로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이다.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정리한 ‘2023년 북한인권보고서’가 30일 공개됐다. 통일부는 31일 정식 출간될 인권보고서 내용을 이날 언론에 사전 공개하면서 “2016년 초당적 협력으로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발간하는 정부의 첫 공개 보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17~2022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들이 북한에서 경험하거나 전해들은 인권침해 사례를 진술한 북한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으로 작성됐다. 통일부는 “당초 전체 3400명의 조사 대상 가운데 2075명의 문답서를 기초로 했으며, 실제 증언자 수는 508명”이라고 설명했다. 

증언자의 탈북년도는 2018~2019년이 전체 증언자의 80%를 차지하고, 2000년 이후가 7.5%, 작년인 2022년이 1.8% 수준이다. 출신지는 평양 출신이 11% 정도 차지하고, 남성과 여성 비율은 거의 비슷하다.

통일부는 “북한주민들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으로 나눠서 정리한 북한인권보고서 출간을 통해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을 일반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먼저, 북한에서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박탈 사례를 심각한 인권침해 현상으로 꼽았다.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마약범죄, 한국영상물 유포, 종교·미신 행위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사형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금시설에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사망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에 의해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를 받지 않을 인간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에도 구타행위방지법이 있지만 당국에 의한 신문 과정에서 구타, 고정자세 유지 등 다양한 고문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통일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북한에선 여전히 공개처형도 다수 이뤄지고 있으며, 심지어 아동이 공개처형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형수와 목격자 입장에서도 모두 잔혹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형벌을 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소의 선고에 따른 것이 아닌 행정기관의 결정만으로도 주민들이 노동교화형을 받고 건설 현장에 동원되고 있으며,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 규칙’에 정해진 시간을 넘어 17시간까지도 노동에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북한에선 2012년부터 식량조달을 위해 기업책임관리제를 시행하면서 국가배급과 기업소배급으로 식량배급제를 구분했다. 이에 따라 체제보위집단과 평양시에는 식량이 비교적 원활하게 배급되고 있지만 그 외 일반주민들은 소토지 경작, 가축 키우기, 장사, 밀무역 등 개인적인 경제활동으로 식량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인권보호는 더욱 열악한 실태로 탈북여성들은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고 강제북송된 이후에는 교화소에서 성폭력 및 강제낙태를 당하는 일도 다반사로 나타났다. 학생들도 각종 노동에 동원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체벌을 받는다. 북한에서 장애인은 불명예스러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북한에서 정치범수용소의 수용자는 물론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도 감시와 차별을 받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 정치범수용소는 총 11곳으로 파악된 바 있으나 현재까지 운영되는 것으로 확인된 시설은 5곳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북한인권보고서에는 탈북민들이 직접 경험한 사례를 최우선으로 해서 목격된 사례와 풍문 사례까지 포함됐다고 한다. 통일부는 “정치범수용소나 국군포로, 납북자의 실태는 증언자가 적기 때문에 목격·풍문 사례 중에서도 유의미한 내용을 포함시켰다”면서 “아울러 북한인권 전문가의 감수 과정과 탈북민으로부터 사실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법률 전문가의 감수도 받았다”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인권보고서 발간사에서 “올해로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출범 10년, 북한인권결의 채택 20년이 되지만 북한은 여전히 최악의 인권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며 “이번 보고서 발간은 단순히 북한인권 상황을 고발하는데 있지 않고 현재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서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데 근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