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 기준 혼합형 연 3.66~5.85%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가면서 주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연 8%대를 넘봤던 주담대 금리 상단은 현재 5%대 후반까지 내려왔으며, 하단은 3%대에 진입했다.

   
▲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가면서 주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6∼5.85%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의 고정형 금리 하단이 3%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서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5.22%로 한 달 전(5.47%)보다 0.25%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56%로 전달(4.58%)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주담대 금리는 4개월 연속 하락세다.

대출금리가 하락한 것은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4.564%였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1일 3.953%까지 낮아졌다.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국내외 긴축 기조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 하락세가 빨라졌다.

여기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한 영향도 한몫했다. 최근 주요 은행들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 현장방문에 발맞춰 '금리인하'를 주요 골자로 하는 상생금융 지원방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겨냥해 상생 노력이 부족하다며 취약차주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극 노력해 줄 것을 거듭 압박하면서 은행권이 이에 화답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나 "그동안 금융권에서 신규대출 금리인하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더 많은 국민들이 체감하려면 지속적인 금리인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시장금리 상승 같은 원가상승요인이 있지만, 이런 요인은 경영합리화 등을 통해 금융권에서 자체적으로 최대한 흡수, 대출자에 전가되는 금리인상이 최소화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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