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보편적 복지 특단의 대책 필요…경제 살리기도 숙제
2015년 6월로 임기 절반을 통과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들은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등으로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개혁’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욕심만큼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치적이라 할 만한 것이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제 임기는 절반도 남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국정개혁의 ‘시기’를 강조하는 칼럼을 자유경제원에 게재해 눈길을 끈다.

특히 공공부문의 적자 문제에 주목한 김 교수는 “인구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이 문제가 좀처럼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개혁에도 ‘적당한 시기’는 분명히 존재하므로 실기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이 칼럼의 요지다.

아래는 김상겸 교수의 칼럼 전문이다. [편집자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도 이제 2년 반을 향해가고 있다. 정권의 집권기간이 이제 절반가까이 지나온 것이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할 때에는 집권기간 동안 이러저러한 일을 하겠다며 정책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대개 이러한 정책들은 '개혁’이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박근혜 정부 역시, 다양한 정책들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현 정부의 치적이라 할 만한 것이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당초에 천명했던 개혁과제들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평가를 인식한 때문인지, 현 정부는 올해 초 24개의 중요 개혁과제를 제시하면서 연내에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공공개혁은 이 가운데 가장 첫머리에 제시된 것이다. 올 들어 지속적인 논란을 야기해왔던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부실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개혁이란 무엇인가? 조금씩 바뀌는 것이 개선이라면,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더 많이 바꾸겠다는 것이 개혁이다. 따라서 공공부문 개혁이란 공공부문을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뜯어 고치는 것, 즉 일상의 용어로 말하자면 '확!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에서 우리는 언제 무엇인가를 확! 바꾸는가? 도모하는 일이 조금씩 바꾸는 정도로는 도저히 해결될 것 같지 않을 때, 즉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비상한 위기감이 있는 경우에 소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을 시도한다. 정부개혁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조금씩 바꾸는 개선 정도로는 도저히 해결될 것 같지 않으니,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개혁을 통해 달성하려는 바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공공부문에 어떠한 문제가 있기에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려 하는 것인가? 견해에 따라 다양한 문제가 제시될 수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적자의 심화’에 있다고 본다.

사실 개인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적자의 발생, 즉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으면 경제활동의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일시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어 적자의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라면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적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더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된다. 현실에서 적자란 빚과 다름 아니다.

그런데 빚이란 본디 그 속성상 추가적인 부담, 즉 이자상환의 부담이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빚을 줄이지 않으면 이자부담도 지속된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아무리 벌어도 빚이 줄지 않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적자란 경제활동의 안정성이나 지속가능성에 치명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적자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개인이나 정부나 마찬가지 이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적자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물론, 공기업 등의 공공기관들이 안고 있는 부채규모가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알려진 수치만 놓고 보자면 언뜻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2015년 예산기준 정부 적자의 규모는 GDP 대비 35% 수준으로 OECD국가 평균(108%)이나 일본(219%), 미국(106%), 독일(89%) 등과 비교할 때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상황을 아주 잘 반영한 것은 아니라 할 수 있다.

비교대상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사는 나라들이며, 이들 국가들과의 단순비교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소득이 우리와 비슷한 시기의 각 국별 적자수준을 살펴보면, 독일 40%, 프랑스 40%, 미국 62% 등으로 우리의 적자상황이 외국에 비해 결코 양호하다고 할 수는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적자를 가늠하는 기준이 외국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의 적자수준(GDP 대비 35%)에는 일반정부를 제외한 공공부문, 즉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적자는 제외된 것이다. 그런데 공공기관과 공기업이란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들 기관의 적자는 정부의 적자로 보는 것이 옳다. 공공기관이 적자로 인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그 빚을 대신 갚아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 아직 현 정부의 치적이라 할 만한 것이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당초에 천명했던 개혁과제들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평가를 인식한 때문인지, 현 정부는 올해 초 24개의 중요 개혁과제를 제시하면서 연내에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공기업들의 적자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부채규모가 큰 상위 12개 공기업들의 부채의 합만도 일반정부의 부채규모에 육박하는 수준이며, 비금융공기업 전체의 부채를 합하는 경우에는 이미 일반정부의 부채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공기업 부채가 극적으로 감소되었다는 소식은 없었으므로, 아마 현재의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적자는 GDP의 100%를 넘어섰을 가능성도 있다. 사실 말이 쉬워 GDP의 100%이지, 국가 전체에서 1년 내내 번 돈을 모두 빚 갚는데 쏟아 부어도 그 빚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앞서 우리나라 공공부문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적자’에 있다고 지적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왜 적자가 커진 것일까?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접근하자면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썼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현대국가에서는 공공부문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다. 정부가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공공부문의 역할은 국방과 외교, 치안 등에 초점이 맞추어졌지만, 근래에는 교육, 보건, 환경, 복지 등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지출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부분은 복지 분야이다. 경제적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조력하던 복지정책들은 이제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있다. 재정이라는 국가의 지갑이 더 크게 열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공공부문의 수입은 지출증가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공부문의 수입이란 세금이나 공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요금 등이라 할 수 있는데, 필요하다고 해서 이들을 마구 올리기는 어렵다. 경제활력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다보니 세금도 생각만큼 잘 걷히지 않고 있고, 공공서비스 요금도 올리기 어려워졌다. 요컨대 넉넉히 늘어난 지출을 수입이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적자문제가 향후에도 좀처럼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고령화의 진행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손꼽힌다. 인구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이미 초고령화 사회(인구의 20%가 노령인구)에 진입한 일본보다 더 급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고령화, 즉 전체 인구 가운데 노령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 만큼 더 많은 복지지출이 투입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고령화를 막을 대안이 없기 때문에 재정지출의 급증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 역시 뚜렷하지 않다.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 한, 적자의 개선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와 같이 비상하다면, 더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가급적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공기업 개혁은 물론이고 공무원연금 개혁도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은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무원연금을 개선하자는데, 난데없이 국민연금의 보장성 확대가 도모되고 있다 한다. 보장성의 확대란 상당히 달콤하게 들리지만, 결국은 공공부문의 돈을 더 쓰자는 것을 의미한다. 돈을 아끼고 덜 쓰자는 얘기를 하려는데, 더 쓰자는 논의가 자꾸 개입되는 것이다.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개혁은 본디 어려운 것이다. 익숙했던 것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해야 할 때, 그 일을 적절히 처리하지 않으면 훗날 더더욱 큰 피해를 보아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중동호흡기 증후군(MERS) 파동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일 없을 것이라는 근거 희박한 믿음 때문에, 결국 온 나라가 시름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공공부문 개혁도 실기하면 안 될 것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은 그냥 호미로 막아내길 바란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