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졸속 사면의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사퇴하는, 행정 참사가 벌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4일 "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오늘(4일) 오후 일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며 "이들이 조만간 정식 사퇴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회 정관에 따라 선임된 임원이 사퇴서를 제출하면 수용 여부에 상관없이 사임한 것으로 간주된다. 앞서 전날 밤에는 이영표, 이동국 두 협회 부회장과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는데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 사퇴로 사태가 커졌다.

   
▲ 징계중인 축구인 100명의 사면을 결정했던 3월 28일 대한축구협회 이사회. 사면 결정은 거센 후폭풍을 맞아 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의 사퇴에까지 이르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박경훈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협회 실무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전무로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했다. 지난 금요일(3월 31일) 임시 이사회 이후부터 다수의 이사분들이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며 "이번 징계 사면 사태에 대해 부회장단과 이사진 모두 큰 책임을 느끼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음을 재확인했으며 오늘 전원이 사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축구협회는 "이사회 구성원들의 일괄 사퇴가 결정됐지만 행정 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축구협회가 자초한 일이다. 지난달 28일 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의 사면을 전격 결정했다. 100명 가운데는 과거 승부조작 가담자 48명이 포함돼 있는데다 납득이 가지 않는 사면 이유로 팬들의 거센 반대 여론이 일었다. 우루과이와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열리기 한 시간여 전에 사면 발표를 한 것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붉은악마까지 사면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축구협회는 사흘 만인 3월 3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사면을 철회하기로 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사면 철회를 발표하며 입장문을 통해 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누가 누구를 위해, 왜 이런 사면 결정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없어 후폭풍이 계속됐다. 결국 축구협회는 회장을 제외한 수뇌진 전원이 사퇴함으로써 한국축구를 총괄하는 단체로서 대한축구협회의 위상은 추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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