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 KBS 2TV 금토드라마 '프로듀사'는 종영했지만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가 남긴 아련한 수채화빛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프로듀사속 사랑꾼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는 뜨거움보다는 은근하면서도 속 깊은 4색 사랑법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여운 짙은 그들의 사랑에 대해서는 진행형이다.

배려의 사랑 차태현과 썸 타는 듯한 공효진의 순정적인 사랑, 한때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김수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며 노력하는 것이란 걸 확인해 보고픈 아이유의 기다림의 사랑.

프로듀사에서 묘사한 네 사람의 사랑은 그래서 속되지 않고 때로는 안타까움과 때로는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각기 다른 향기를 가지고 있어서 더욱 사랑받지 않았을까?

   
▲ 프로듀사 김수현/사진=KBS 캡쳐
♥누구나 한번쯤은? 프로듀사 백승찬역 김수현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감정이다. 김수현으로서는 그 대상이 이웃 누나였던 공효진이였을 뿐. 동화속의 사랑에서 서서히 깨어가는 순수남이다. 아이유에게 데미안 책속 구절을 설명해 주는 건 사실 자신에게 속삭이는 자기고백이다. 경험해 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랑이다. 상대가 어떻든 자신에겐 정말 절실하고도 떳떳하다. 그렇기에 솔직담백하다. 군더더기는 없지만 왠지 그리움과 여운을 남기고 끝날 것 같은 아련함이다. 세상속 사랑의 빛깔은 오직 한 가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가 아이유의 기습키스에도 고백에도 무덤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그 끝은 자신의 마음속에서만 키워온 사랑이기에 스스로 감당하고 허물 수밖에 없다. 사랑은 교감이기에. 일방적인 사랑은 결국 아픔도 홀로 간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사랑은 두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 닮음꼴 설렘이다.

   
▲ 프로듀사 아이유./사진=KBS 캡쳐
♥이런게 사랑이야? 르르듀사 속 신디 아이유

사랑은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내리는 안개비다. 서서히 안개가 잦아들면서 어렴풋이 그 형체가 보이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부정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소나기처럼 흠뻑 적셨다 사라지는 빗줄기가 아니다. 촉촉이 적은 마음은 쉽사리 마르지 않는다. 쨍한 햇빛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드넓은 하늘가를 맴도는 구름마냥 숨바꼭질을 즐긴다.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프로듀사속 아이유의 사랑이다. 다가가면 잡힐 듯 하지만 쉽지 않다. 잊으려니 가슴 한켠엔 이미 커다란 그리움으로 자리 잡았다. 할 수 없다. 안개가 걷히면서부터 시작된 사랑앓이다. 언젠가는 하늘을 떠도는 구름은 비가 되어 내린다. 그렇게 그 비를 맞으면서 사랑도 영글어간다. 아이유의 사랑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내린 사랑비를 알아가는 성장통이다.

   
▲ 프로듀사 차태현./사진=KBS 캡쳐
♥속 깊은 순애보? 프로듀사 라준모역 차태현

속 깊은 사랑이다. 질긴 인연이기도 하다. 프로듀사속 라준모역을 맡은 차태현의 사랑은 성숙한 어른들의 사랑법이다. 때로는 답답하기도 때로는 우유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차태현의 사랑은 철든 사랑이다. 사랑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걸 보여준 사랑이다. 하지만 여자는 답답하다. 대체 이 사람에게 나란 존재는 여자로 비춰지기나 하는 걸까? 프로듀사속 공효진이 바라보는 차태현의 모습일테다. 알 듯 모를 듯한 미묘한 표정. 관심인 듯 관심 아닌 관심 같은 그야말로 사랑의 미로다. 이 사랑에 대한 답은 차태현이 김수현에게 한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누가 누구를 책임질 수 없다면 그 사람의 인생에 끼어 드는 게 아니라고”. 그리고 마지막에 고백한다. 너를 못잊어 같은 학교를 가고 너를 보고파 같은 방송국 PD로 입사했다고. 자신의 꿈과는 달랐지만 오로지 너 때문에, 너의 그림자처럼 그 길을 따라왔다고. 눈물겨운 해바라기다. 차태현의 사랑은 그래서 사랑의 도덕 교과서, 이상향이다.

   
▲ 프로듀사 공효진./사진=KBS 캡쳐
♥그림자 사랑? 프로듀사 탁예진역 공효진

이 여자 겉과 속이 다르다. 겉은 덜렁이고 속은 따뜻하다. 속으론 눈물 짓지만 겉으로는 용감하다. 절절하면서도 친구라는 이름 앞에 한없이 약해진다. 3개월마다 남자를 갈아치우고 차이는 건 이유있는 반항이다. 프로듀사 속 탁예진역의 공효진 사랑법이다. 동창생이자 오랜 친구인 라준모역의 차태현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그림자처럼 애태우며 주변을 맴돌지만 그의 앞에만 서면 괜스레 퉁명스러워지고 쑥스러워진다. 숱하게 해봤을 법한 고백한번 제대로 못한다. 마음은 너무나 다가가고픈 연인인데 행동은 친구다. 친구는 평행선을 가고 사랑하는 사람은 언젠가 교차를 건너야 됨에도 그녀의 마음은 수십번 교차로를 건넜지만 행동은 평행선이다. 프로듀사속 공효진은 그림자 사랑이다. 미련하게 바라보기만 한다. 다행이다. 차태현의 사랑이 교차로를 넘었기에. 마주서 하나되는 그림자가 될 수 있었기에. 아니었더라면 고백 한번 제대로 못하고 영락없이 홀로 그림자로 살아갔었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