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보국·국가경쟁력 강조한 70년 역사 재조명
1만5000장 기록물서 약 250개 대표 어록 발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오는 8일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SK그룹이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어록집 발간했다. 사업 보국으로 시작한 창업 이야기와 6.25 전쟁, 외환위기 등을 돌파하며 기업을 성장시킨 SK 역사를 재조명한다는 취지다.

6일 SK그룹에 따르면 창업회장과 선대회장 형제의 어록을 담은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는 약 250개 대표 어록을 일화와 함께 다루며, 두 회장의 유지가 어떻게 계승돼 지금의 SK로 성장했는지 조명한다.

   
▲ 1967년 아세테이트 공장 기공식에서 최종건 창업회장(왼쪽에서 5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6번째) /사진=SK 제공


SK의 역사는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종건 창업회장은 1953년 6.25전쟁으로 잿더미 속 폐허가 된 공장에서 부품을 주워 직기를 재조립하며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고 말한다. 

SK그룹의 모태 기업인 선경직물의 시작이었다. 이후 창업회장은 무역, 정유화학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기업을 일궈 간다. 하지만 갑작스런 폐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다 1973년 11월 15일 유명을 달리한다.

그 후 같은 해 회사를 물려받은 최종현 선대회장은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며 1970년대 초 석유 파동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돌파한다. 

최종현 회장의 과감한 결단은 SK의 도전정신으로 이어졌다는 게 SK 측의 평가다. 선대회장의 혜안이 오늘날 SK가 바이오와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원천이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전쟁, 수출 활로 개척, 석유 파동, IMF 외환 위기 등 격동의 시대에 사업을 개척했던 두 회장의 어록은 반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1953년 버려진 직기를 재조립해 선경직물을 창업한 후 ‘Made in Korea’가 새겨진 인견 직물을 최초로 수출하는 등 우리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평생 실천한 기업인이다.

   
▲ 1969년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준공식에서 최종건 창업회장(왼쪽)과 최종현 선대회장(오른쪽) /사진=SK 제공


“회사의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라며 본인 세대 노력이 후대를 풍요롭게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우리의 슬기와 용기로써 뚫지 못하는 난관은 없다”며 맨바닥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임직원을 격려하는 최 창업회장의 모습이 어록집에 그려진다.

최종건 회장은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없다. 마음을 주고 사야 한다”고 말하며 발전만이 미덕인 시대에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며, 구성원의 복지 향상에 힘쓰기도 했다.

창업회장의 유지를 이어 받은 최종현 선대회장은 미국에서 수학한 지식을 기반으로 ‘시카고학파’의 시장경제 논리를 한국식 경영에 접목시킨 당시 보기 드문 기업인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향해야 한다고 믿었다.

최 회장의 시장경제에 대한 소신은 그의 행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역임하며 자유시장경제 정책 구현에 앞장선다.

그는 대한민국이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대기업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못 사는 나라의 특징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없고, 잘사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기업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 1986년 내한한 사우디아라비아 야마니 석유장관과 면담 중인 최종현 선대회장(왼쪽) /사진=SK 제공

‘정부가 기업 활동에 간섭해선 안 된다’는 입장도 견지했다. 정부의 주된 기능은 기업을 지원하는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당시, 너무 비싼 값에 샀다는 여론이 일자 “우리는 회사가 아닌 미래를 샀다”며, 미래 산업 변화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회장의 경영철학은 고스란히 최태원 회장에게 이어졌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2021년 대한상의 회장에 추대됐을 때 “국가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힌 이후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과 글로벌 경제 협력 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조정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재 양성에 힘쓰는 것도 SK 전통을 계승한 결과다.

최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삶과 철학은 단지 기업의 발전에 머무르지 않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향해 있었다”며 “선대의 도전과 위기극복 정신이 앞으로 SK 70년 도약과 미래 디자인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는 10개월에 걸쳐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발간물, 사사, 업무 노트 등 기록물 약 1만5000장을 분석해 대표 어록 250개를 선별했다. 아울러 창업부터 선대회장 시기 1500여 장의 사진자료를 디지털로 복원하여 대표 이미지 170장을 책에 담았다.

어록집은 비매품으로, 대학과 국공립 도서관, SK 홈페이지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 1997년 9월 폐암 수술 후 호흡기를 꽂고 전경련 회의에 참석한 최종현 선대회장 /사진=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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