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미디어계 재난 상황…'네이티브 애드' 등 돌파구 찾아야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이거 환장하겠습니다. 중국 홍콩 대만 방문객들이 뚝 끊기면서 난타 전용관 공연들도 일단 중단했고요. 해외 관광객들이 7, 8월 예약까지 취소하고 일본 등지로 옮겨가면서 현재 결손만 50억여 원쯤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연산업 화수분, 난타의 송승환회장 리포트다. 이렇듯 한류 밑동까지 시커먼 메르스 불황이 삼켜버리고 있다. 한국 연예인들은 세균 덩어리니까 초청하지 않겠다는 아시아 이웃들 냉대는 이제 뉴스 축에도 못 끼일 정도다. 이러다 한국 미디어 문화산업 최대 역작인 한류라는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까 몹시 염려된다.

안으로도 위태롭다. 올 상반기 국내 미디어산업 동향을 훑어보면 흡사 지금 혹독하게 겪고 있는 가뭄 재난을 닮아 있다. 상반기 내내 한국 영화는 흥행 보릿고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벤저스>와 <매드맥스> 수입품이 이른바 역대급으로 시장을 지배한 반면 한국 영화들은 수작, 흥행작, 문제작 모두 기근이었다. 영화제 여왕, 봄의 궁전 깐느마저 올해는 한국영화를 배척했다.

미디어 부문 곡창지대 방송산업은 올 들어 한층 더 심한 뒤틀림을 겪고 있는 중이다. 지상파 TV 광고비 경우 2011년 전체 2조775억 원이었던 것을 정점으로 하락해 2014년에는 1조6000억 원대로 주저앉았고 올 2015년에는 1조5000억 원대 또는 그 이하로 추락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11월경 지상파 주중드라마 시청률은 마의 10%를 뚫고 내려와 한 자릿수 횡보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종영한 김수현 공효진 주연 KBS 드라마 <프로듀사>가 나름 11부작 포맷으로 나름 승부수를 띄우면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중화권 한류 빅 네임 김수현 파워에 11부작 미니시리즈라는 미국산 글로벌 표준을 장착한 진부하고 둔탁한 몸짓 하나가 메르스 대형 악재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많이 부대낄지도 모른다.

   
▲ 프로듀사 김수현 아이유. /사진=KBS 캡쳐
뭔가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 올해 20주년 역사를 맞는 케이블 TV 업계로 눈을 돌려 본다. 여기는 또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가 너무 심하다. 일부 대형 SO와 극소수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홈쇼핑채널들이 20:80도 아닌 승자독식 체제로 버티고 있다.

본업이 유료방송이니 미디어콘텐츠 산업 수원지 임무를 띠고 있는 PP업계로 좁혀 본다면 극심한 가뭄 재해를 관통 중이다. 국내에서 등록된 200개 PP가운데 80개 정도는 자본잠식 등으로 휴폐업 상태이고 케이블TV협회가 관리하는 118개 채널 중 20위권 이하부터는 시청률 1%, 점유율 1%대 이하로 추려진다. 100위권 밖에 있는 부동산 TV, 텔레노벨라, 아리랑 TV, 실버 TV, 한국직업방송, 소비자 TV, RTV 등은 방송은 하고 있으나 0.06% 이하 시청률(TNMS 케이블 TV 채널 시청률과 점유율(디지털+아날로그) 순위 자료, 2014)로 회귀되는 극심한 가뭄을 뒤집어쓰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아리랑 TV와 같이 공익성도 높고 텔레노벨라 채널처럼 글로벌 문화교류 가치도 큰 PP들이 점점 한계기업 수렁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존재감도 자존감도 빼앗기고 마는 미디어계 가뭄과 TV 수원지 고갈이 계속된다면 미디어 종의 다양성, 미디어 다원주의는 무너지고 말 터이다. 건강한 상식과 지식, 지혜를 물대주는 미디어 생태계는 사라져버리고....

이런 와중에 하나 특이한 것은 종편 채널들의 약진이다. 광고규모만 보면 2011년 등장해 5년 만에 6.5배 정도 몸집을 키운 종편 4사는 올 한해 4600억 원 정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동통신 3사가 총 가입자 1000만 명 이상 확보한 신종 병기 IPTV 전체가 올해 1000억 원대 광고비를 기약한 것에 비하면 종편의 세 과시는 놀랍다. 승자독식의 최대수혜자 주역이 종편이 되는 듯한 분위기다.

또 하나 특기할 사항은 CJ 미디어콘텐츠 사업의 명암이다. 누가 봐도 미디어 가뭄 속 승자독식 스토리 화려한 스타 CJ E&M여야 하겠지만 실상은 심한 발열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방송 부문은 매출 8259억 원, 영업이익 22억 원을 기록해 저조했다. 이 영업이익률 0.26%는 2012년 5.8%(7,642억 원 매출, 446억 원 영업이익)와 견주면 심각한 퇴조다. 상징적 주력인 영화 부문은 아예 40억 원 적자(매출 2113억 원, 2014년)를 기록해 간신히 올린 92억 원(2012년), 46억 원(2013년) 흑자 기조를 잇지 못했다.

   
▲ 메르스 감염 진원지로 떠오른 서울삼성병원의 폐쇄된 응급실./사진=연합뉴스
그나마 CJ 영화사업은 음악, 공연에 비하면 양반이다. 최근 3년간 총 334억 원 적자를 발생한 공연산업 부문은 올해 초 안타깝게도 철수하고 말았다. 비록 라이센스 뮤지컬이긴 했어도 <맘마미아> 등으로 한국 내수를 일으키고 중국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던 CJ 대기업 직영 공연사업도 결국 한국 발 미디어콘텐츠산업 가뭄 재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다.

더 궁핍한 종가집도 있다. 신문, 잡지를 말하는 인쇄 광고비 지표는 이미 마이너스 성장만이 익숙해져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신문산업 광고비 총량은 2011년 1조7000억 원대, 2012년 1조6000억 원대, 2013년 1조5000억 원대를 지나 지난해에는 1조4000억 원대로 내려왔다. 올해 또 1000억 원 이상 뭉텅이로 빠지게 되면 양극화나 빈익빈 부익부, 승자독식이라는 상투적 클리셰마저 폐기해야할 진짜 한계상황을 맞게 된다.

신문의 이웃이자 교양 있는 중산층 잣대로서 오랜 동안 사랑받아왔었던 잡지 영역은 차마 밝히기가 미안할 정도다. 국내 잡지미디어 전체 광고비 매출은 지난해 4450억 원, 올해 예상 4300억 원 수준이다. 사람들은 올드미디어로 치부하고 말지만 깊이와 풍성함, 자료가치 면에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선진국형 미디어인 잡지가 특히 한국에서 내리 수난을 겪고 있다는 건 분명 삶의 질, 행복 지수 퇴행과도 무관치 않은 문화 상실이다.

이렇게 올 상반기 국내 미디어산업 전체 기상도를 굽어보면 때로는 막장 뉴스의 악취마저 풍기는 종편 섹터 말고는 모두가 패잔병만 같다. 2014년 들어 처음으로 국내 총 광고시장 30%를 넘어 팽창하고 있는 신흥 챔피언 온라인/모바일 섹터를 바라보며 찬사를 늘어뜨릴 만큼 한가한 상황이 못 된다.

죄다 전멸하다시피 한 한국 미디어산업 들판을 광고 수익모델 등을 기준으로 둘러보면서 한류 걱정을 다시 품게 되었다. 밖으로 나가는 한류도 그렇지만 안으로 새기는 한류인 자신감과 자존감 용기와 야심 그리고 꿈을 소생시키고 북돋워줄 뭔가가 무척 아쉽다.

그중에 하나 네이티브 애드(native ad)와 브랜드 저널리즘이 눈에 들어온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온라인이든 광고 하나에 회사 브랜드 정보와 제품 스토리텔링을 불어 넣는 인포머셜(information+commercial) 타입 혁신 시도다. 뉴욕타임스가 2014년 1월 ‘Will millennials ever completely shun the office?’라는 타이틀로 컴퓨터 기업 델(DELL)을 위한 인포머셜 기사를 내놓은 게 어느새 네이티브 애드 대세를 형성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수줍은 듯 ‘PAID FOR AND POSTED BY DELL’이라 명기했지만 DELL 여직원이 휘갈긴 광고성 기사, 즉 네이티브 애드는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독자 고객을 매혹시키는 브랜드 저널리즘으로 확장해오고 있다. 독자는 상업주의 냄새를 탈색한 어느 기업의 스토리를 골라 볼 수 있게 되고 광고주 기업은 단발 광고 직설화법을 벗어나 언론처럼 다가가 고객과 교감하는 기회를 선사받았다. 미디어는 잠시 조금 마이크 빌려주고 수익을 늘리고...

이런 네이티브 애드 같은 시도가 미디어산업 해갈할 단비가 되어줄까? 대답은 잇 디펜즈(It Depends !)라고 본다. 신문이나 잡지, 방송 미디어기업이 하기에 달렸다는 얘기다. 쭈뼛쭈뼛하며 한 발 빠진 예측과 전망 일삼기보다는 네이티브 애드가 되었든 또 다른 어떤 혁신시도가 되었든 지금은 목마른 자가 우물 팔 때이니까.

메르스 불황에 힘든 건 미디어뿐만 아니다. 광고주 기업과 관계자들도 애타긴 매한가지다. 이럴 때 광고주도 미디어도 고객도 함께 숨통을 틔울 수 있게 할 묘안이 절실하다. 광고 효과를 배가하고 기업 명성과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네이티브 애드를 필두로 해서 좀 더 많고 강력한 위기탈출 전략 전술을 만들고 공유하면 좋겠다. 저널리즘과 콘텐츠 변신에도 좋은 도전이다.

올 상반기말 각종 통계와 분위기는 우울하지만 멋지고 기막힌 미디어콘텐츠 쇼는 계속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