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 지난주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법정싸움이 본견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이 왜 국제적인 의결권 자문업체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찾아가지 않는지 의구심이 나오기도 했다.

ISS는 글로벌 상장사들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의결권 자문업체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의 자회사로 세계적 명성이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과 직접적으로 일합을 겨루는 삼성물산의 CEO(최고경영자)인 최치훈(건설부문)·김신(상사부문) 사장은 최근까지 직접 ISS와 접촉하지는 않고 있다. 대신 최 사장과 김 사장은 여러 경로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삼성물산의 두 CEO는 해외에서도 각 부문 투자자를 두루 만났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IR(기업설명) 부서에서 제공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취지와 기대효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ISS가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에서는 무작정 로비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는 경계론도 없지 않다.

업계의 한 IR 전문가는 "ISS는 속성상 철저하게 외부에 공개되거나 대외적으로 검증된 자료에만 의존해서 보고서를 내는 경향이 있다. ISS를 상대로 한 로비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IR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만일 삼성의 고위 임원들이 ISS를 상대로 로비를 하면 그 자체가 엘리엇에 또 다른 소송의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물산은 합병 추진 관련 설명자료를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등 비교적 공개된 공간에서 주주를 상대로 한 소통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국내 법원에서 이뤄지는 법리 공방만큼은 강경 대응 전략을 쓰고 있다.

삼성물산은 기업합병 가치를 평가하려고 엘리엇이 인용한 보고서가 변조 또는 무단 사용됐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21일 가처분 사건 담당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에 서증 원본제출 명령 요구 신청서를 냈다.

엘리엇 측이 한영회계법인(EY한영)에서 받은 보고서의 헤드(트랜스미털 레터) 부분을 삭제하고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했다는 의혹을 문제삼기 위해 정공법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내달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주총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펼치고 있다. 주주들의 총회 참석률이 70% 정도일 것으로 가정할 때 합병 찬성안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47% 안팎의 주주 동의가 필요하다. 반대로 23% 가량을 규합하면 합병 반대안이 성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