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운영비용 높고 수입적은 응급실 운영 기피...한 곳 쏠려 진료환경 악화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진원지인 각 거점병원 응급실 실태의 부실함이 밝혀지면서 국내 대형병원들을 비롯한 병원 내 응급실 운영이 열악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응급실에서 병을 치료하던 의료진들까지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의료진의 근무환경 실태가 도마위에 올랐다. 질병을 고치려는 의료진의 되레 병을 앓게 되는 현실, 그리고 이를 위한 지원대책과 보상책마저 부실한 실정이다.   

   
▲ 부산 동아대 간호대 김연하 교수팀이 지난해 8월 응급실 근무 간호사 200명을 대상으로 독감 등 각종 전염병에 감염된 적인 있는가에 대해 설문조사 결과 41%가 걸렸다고 답했다/사진=연합뉴스TV캡쳐
23일 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부산 동아대 간호대 김연하 교수팀이 지난해 8월 응급실 근무 간호사 200명을 대상으로 독감 등 각종 전염병에 감염된 적인 있는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41.5%가 '그렇다'고 답했다.

김 교수팀은 응급실에 소독·멸균한 장비가 부족해 감염 예방 행동을 적절히 수행하기 어렵다', '보호 장구가 구비돼 있으나 간호사실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병원 직원들이 보호 장구를 적절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는 항목의 평가 점수(최저1~최고5점)는 각각 3.4점, 3.7점, 3.8점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소독, 멸균 등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 장비 부족은 응급실의 낮은 운영비에서 비롯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24시간 운영이 되는 응급실 수입이 적다"며 "응급실에 병균이 많은 환경이지만 이를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데 있어 비용이 많이 든다. 병원에서는 응급실 운영을 반기지 않는 편이다"고 토로했다.

특히 환자들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예약 진료보다 바로 응급실로 가려고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심해 각종 병균이 한 곳에 모이는 집합소가 되는 점도 지적거리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대학병원의 응급실에 바로 갈 수 있는 통로로 돼 있다"면서 "국내와 달리 해외의 경우 대형병원 응급실에 가기 위해서는 지방에 있는 병원에 1차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현행 응급실 관련 규정엔 감염병 환자를 위한 격리 진료실 등에 대한 기준이 따로 없어 병균 노출 가능성이 크다.

외부 위험이 높지만 운영비가 낮아 응급실의 환경이 부실해 보건당국은 응급의료기금을 통해 병원 응급실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여력부족은 여전하다. 24시간 의료진 대기와 장비 여건 등을 준비해야 하는 사정 때문에 응급 보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응급실에 대한 보조를 비롯해 응급실 환경 개선을 위해 감염병동을 따로 만드는 등 준비중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료 중 질병에 감염된 의료진들의 경우 산재보험이나 병원 내부 감염관리규정이 부실한 탓에 보상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가능성이 크다.

의료진이 감염에 노출 것이 확인되면 병원 내부의 감염관리규정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근로복지공단에 진료 중 질병에 대한 감염이 됐다고 신고하면 휴업급여와 요양급여, 장애급여를 합한 금액으로 보상처리가 된다.

하지만 산재보험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질병 감염에 대한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가능하다. 일례로 감기에 대한 바이러스는 수천가지가 되지만 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수 없기 때문에 감염의 과정도 불분명한 탓에 산채보험 처리가 쉽지 않다.

메르스나 사스(SARs)의 경우 워낙 중대한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이슈가 컸기 때문에 산재보험이 가능하지만 새로운 해외발 전염병이 발발했을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이번 메리스의 경우 치사율이 15%에 육박할 정도록 높았으며 중국의 사스처럼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산재처리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메르스 확진으로 드러난 의료진들 중 산재보험 신청건수는 0건이다.

병의 원인이나 치료제가 없는 경우 감염여부를 제때 확인할 수 없으며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이에 산재 보험을 비롯해 병원 내부 감염 관리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전파력 강한 전염병을 예방하고 막기위해 최후의 보루인 병원과 의사들이 의료 환경과 보상에 대한 안전지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