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삼성' 흠집 솔직하게 시인…새로운 '미래' 희망 안겨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삼성그룹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발 대대적인 ‘미래’ 개혁을 예고했다. 복심을 읽게 된 계기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로 떠오르면서다.

2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 동안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각 계열사의 최고경영자가 입장을 밝혔던 삼성그룹에 변화가 읽히는 점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메르스 사태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선 헤지펀드 엘리엇 등 ‘관리의 삼성’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던 만큼 그룹 안팎의 위기에 대한 정면돌파의 의지라는 해석이다.

최고의 의료기술과 시설을 자랑하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2차 유행의 진원지가 된 데에는 위기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안팎의 지적이 따가웠던 게 사실이다

국내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에 뚫리면서 ‘관리의 삼성’ 명성에도 적잖이 흠이 갔다. 삼성서울병원의 병상 수는 1900여개다. 세계 최고 병원이라는 존스홉킨스병원보다 2배 가량 많아 외형적으로는 글로벌 톱 수준이다. 하지만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제 때 완벽한 격리 관리어지지 않아 2차 감염의 진원지라는 명성에 맞지 않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관리의 삼성으로서는 치명적인 중대한 허점을 보인 것이다.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날 삼성은 삼성서울병원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그룹 차원의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삼성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산하 삼성서울병원에서 슈퍼전파자가 나와 메르스 2차 유행의 진앙이 됐고 급기야 병원 부분 폐쇄에까지 이르자 관련 대책을 논의해 왔다. /사진=연합뉴스
그 동안 삼성그룹은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오너 일가가 아닌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가 입장을 밝혀왔던 점에 비춰 본다면 이번 메르스 사태는 그만큼 중대성과 시급성이 요구된다는 판단이 앞섰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행보가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삼성그룹이 조직을 개편하고 후계구도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런 분위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삼성의 새로운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초부터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가장 많이 대두된 화두는 ‘미래’였다. 미래를 주제로 한 다양한 강연이 열렸다.

3월 송기원 연세대 교수의 ‘생명과학과 인간의 미래’, 4월 조광수 연세대 교수의 ‘UX로 보는 현재와 미래’, 5월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의 ‘싱가포르와 한국 다른 모델, 비슷한 성공, 그리고 미래’, 6월 배상민 카이스트 교수의 ‘디자인이 미래다’, 오원석 카이스트 교수의 ‘비즈니스 분석과 미래의 경영’ 등 대부분이 미래에 방점을 두었다.

지난 5월 20일에는 세계적인 공연 기획자인 질 생크루아 태양의 서커스 수석 부사장도 ‘질주와 창의성’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생크루아 부사장은 “성공하려면 기존 사업틀을 모두 깨라”고 조언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를 향해 뛰는 삼성그룹의 지향점이 읽히는 부분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메르스 대국민사과도 삼성그룹이 준비하는 ‘미래’의 변화 한 부분이다. 삼성그룹이 항해할 ‘미래’의 첫 출발점은 ‘국민의 안전과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파고를 헤쳐 나갈 것임을 확인해 준 자리였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서초사옥 다목적 홀에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다”면서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단호한 어조로 ‘참담한 심정’, ‘책임통감’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직접 사과에 나서 메르스에 대한 삼성그룹내 사태 인식이 엄중함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메르스 환자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다”며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응급실을 비롯한 진로환경 개선과 음압병실 확충, 메르스 등 감염병에 대한 백신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도 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 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 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밝히고 “저희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신다. 환자분들과 가족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고 용서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