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31·토트넘)이 이번 시즌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난 시즌 득점왕의 압박감을 꼽았다. 자신의 부진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남은 시즌 더 나아지겠다는 다짐도 했다.

영국 매체 이브닝 스탠다드는 10일(이하 한국시간)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100골을 달성한 손흥민과 인터뷰한 내용을 게재했다.

손흥민은 지난 8일 열린 브라이튼과 2022-2023시즌 EPL 30라운드 홈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려 토트넘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의 골은 이번 시즌 리그 7호이자 개인 통산 EPL 100번째 골로 의미가 각별했다.

   
▲ 손흥민이 브라이튼전에서 프리미어리그 100호 골을 넣은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손흥민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은 환상적이었다. 골든부트(득점왕)를 수상한 것은 나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심어준 마법같은 순간이었다"고 돌아보면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쏘니는 득점왕'이라며 내가 또 엄청난 활약을 해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더 많은 주목과 더 많은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021-2022시즌 손흥민은 리그 23골을 넣어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EPL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새 역사를 쓴 것이 손흥민에게 엄청난 자부심을 안겼지만, 그로 인해 심한 압박에 시달린 것이 이번 시즌 부진으로 이어졌음을 솔직하게 고백한 셈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리그 8경기밖에 안 남은 시점에서 7골밖에 못 넣고 있다. '득점왕 징크스'라 불릴 만하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변명거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난 변명하는 타입이 아니다. 내가 최고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 않다"면서 "나는 압박감을 좋아한다. (이번 시즌 부진은) 아직 내가 완벽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내 나이에도 여전히 발전할 수 있고, 앞으로의 경기들은 나와 우리팀에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안와골절 부상을 당하고, 부상이 채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스크를 쓰고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강행하고. 손흥민은 부진에 대해 변명할 거리가 분명 있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아지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손흥민의 100골 달성은 한국 축구와 아시아 축구에 또 하나 새로운 역사가 됐다. 하지만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00호 골을 넣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승점 3점을 얻은 것"이라며 "브라이튼은 순위표에서 우리팀 바로 아래에 있던 팀이다. 브라이튼전 승리의 의미는 엄청나다"고 100골 달성보다는 팀의 승리를 더 강조했다.

토트넘은 현재 승점 53점으로 리그 5위에 올라 있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로 올라서려면 나란히 승점 56점을 기록하고 있는 3위 뉴캐슬 유나이티드나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중 한 팀을 따라잡아야 한다. 토트넘이 이 두 팀보다 한 경기를 더 치러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남은 8경기에서 더욱 분발해야 한다.

브라이튼전 후 토트넘 라커룸에서 팀 동료들이 100골 달성을 축하해주는 자리에서 손흥민은 "남은 8경기 달려보자"고 파이팅을 외쳤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손흥민다운 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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