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열린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교차 참석하면서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이날 양국은 조선인 강제징용과 관련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막바지 교섭을 벌이는 등 군 위안부 문제와 함께 과거사 문제를 완전히 매듭짓지 못했다.

특히 이날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대상 산업시설 중 조선인 강제징용과 관련된 시설을 방문자용 팸플릿에 게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일본이 ‘강제 동원’ 사실을 적시하는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언론의 보도는 일본 측 의견이 일방적으로 반영된 것일 뿐”이라며 “역사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문제는 이번주 중 열릴 예정인 한일 수석대표협의나 3차 양자협의에서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일본이 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도 일본 측이 협의 과정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 철거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한일 간 최종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2일 총리관저를 방문해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가 발생한 지 20년이 되었고, 한일 간 국장급 협의가 8차례 개최됐다. 일본도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 1년 넘게 회담을 끌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협의가 진행될수록 쟁점만 남는 것으로 우리가 원하는 최대한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선인 강제징용시설과 위안부 문제의 최종 협의 결과와 함께 8월에 있을 아베 담화의 발표 내용도 향후 한일관계 정상화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미국 상하원에서 가진 합동연설에서 과거사 사죄 발표에 대한 압박을 크게 받으면서도 언급을 회피한 바 있다. 따라서 오는 8월 발표될 아베 담화에서 그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로 사죄와 반성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 다음날인 23일 아베 총리는 태평양전쟁 오키나와 전투 전몰자 추도식이 열린 오키나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일관계 개선의 움직임을 살려 일한 정상회담에 연결해 양국의 관계를 개선 발전시켜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리셉션에서 “올해 한일 양국이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가장 큰 장애요소인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양국 국민들이 신의를 보다 깊게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양국이 함께 취해나가도록 하자”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