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방민준의 골프탐험(63)- 샷은 왜 한없이 부드러워야 하는가

스피드를 중시하는 슈퍼 카의 보편적 척도는 몇 초 만에 시속 100km에 이르는가에 달려 있다. 전문용어로 제로백 또는 ‘0 to 100KPH’라고 한다.
일반 승용차는 액셀 페달을 세게 밟아야 10초 안에 시속 100km에 도달할까 말까 하다. 그러나 고급승용차는 5~7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이른바 슈퍼 카들은 3~4초 만에 시속 100km를 돌파한다.

슈퍼 카라 해도 처음부터 높은 속도를 낼 수 없다. 아무리 빠른 차라 해도 시속 0km에서 출발해 서서히 속도가 올라간다.
자동차의 스피드와 골프 스윙의 스피드는 원리가 같다.
슈퍼 카도 제로에서 출발해 일정 시간이 지나야 최대 속도에 이를 수 있듯 스윙도 제로에서 출발해 일정한 지점에 이르러야 폭발적인 헤드 스피드를 구현할 수 있다.

그런데 상당수 아마추어 골퍼들은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하자마자 힘을 주어 헤드 스피드를 올리려 한다. 이 경우 정작 최고의 헤드 스피드가 필요한 임팩트 존에서 속도가 줄어 소기의 파워와 속도를 구현하는데 실패한다. 결국 비거리를 늘리는데 실패하는 것으로 귀착된다.
스윙자세나 체격, 근력 등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골퍼가 스윙을 할 때 극대화할 수 있는 파워의 절대치는 개인별로 일정하다고 봐야 한다.

일정한 파워를 다운스윙을 하자마자 왕창 써버리면 임팩트 존에서 사용할 파워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임팩트 존에서 최대의 파워, 즉 최대의 스피드를 내려면 다운스윙을 할 때 서서히 내려와 가속을 붙여 임팩트 존에서 최대화하는 동작이 필요하다. 마치 밤하늘의 혜성이 긴 꼬리를 달고 우주의 심연 속으로 사라지듯 스윙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상당수 아마추어 골퍼들은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하자마자 힘을 주어 헤드 스피드를 올리려 한다. 이 경우 정작 최고의 헤드 스피드가 필요한 임팩트 존에서 속도가 줄어 소기의 파워와 속도를 구현하는데 실패한다. 결국 비거리를 늘리는데 실패하는 것으로 귀착된다. 
/삽화=방민준
골프를 배운지 1년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출퇴근길에 가끔 찾는 연습장에서 있는 힘을 다해 드라이버를 휘두르는데 옆에서 연습하던 분이 내 스윙을 한참 보더니 이상하게 생긴 도구를 주며 한번 휘둘러보라고 했다.
나보다 연장자인 그 분은 골프를 한지 십년은 족히 넘은 것 같았다.

그가 건네준 도구는 길이가 1미터가 조금 넘는 막대기 모양으로 앞이 뭉텅하게 생겼는데 처음 보는 것이었다. 스윙을 체크하는 도구라고 했다.
그의 성의도 있고 해서 시키는 대로 도구를 잡고 클럽 휘두르듯 휘둘렀다. 몇 번 휘두르는 것을 본 그는 도구를 되받아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가 스윙을 하자 도구가 임팩트 존을 지나면서 딸깍 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움켜쥐고 패듯이 스윙하면 이런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이런 소리가 나도록 부드럽게 해야 합니다.”

나는 건성으로 그런가 하고 대답했다. 내 자세에 배우겠다는 의지가 안보였든지 그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다 각자가 알아서 하는 거지 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하던 연습을 계속했다.

그 때 그 사람이 나에게 깨닫도록 하려고 한 것이 무엇인지는 1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헤드 스피드를 높이기 위한 부드러운 스윙이었다.
나는 부단히 부드러우면서 힘찬 스윙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드럽기만 했지 힘찬 스윙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친구 집을 방문해 예의 그 도구를 닮은 스윙머신을 발견했다. 스윙을 하면 ‘딸각’ 하는 소리가 나도록 돼있는데 그 소리는 파워가 최대일 때 즉 헤드 스피드가 최대일 때 소리가 났다.
연습 삼아 몇 번 휘둘렀으나 딸각 하는 소리는 임팩트 지점이 아닌 다운스윙 시작지점과 임팩트 존 중간 지점에서 났다.

그는 다운스윙 출발 때 너무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임팩트 지점을 지날 때 파워의 극대화가 이뤄지지 않아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내려오면서 힘을 주는 바람에 정작 임팩트가 필요한 볼을 가격하는 순간은 이미 힘이 소진되어버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설명을 듣고 부드럽게 천천히 내려오다 몸통을 빠르게 회전시켜 임팩트 존을 지날 때 가속시키자 그때서야 임팩트 존 비슷한 지점에서 ‘딸깍’하는 소리가 났다.
골프깨나 친다는 내 자신 이제껏 이런 것 하나 제대로 터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부끄러웠다.
후에 스크린골프 연습장에서 이 개념을 갖고 연습해보니 볼스피드가 전 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아 그랬어구나!’ 비로소 확신이 생겼다.
이후 연습장을 찾을 때마다 임팩트 존에서 최고의 파워와 속도를 내기 위한 연습을 계속하는데 스키점프의 이미지가 큰 도움이 되었다.

무릎과 허리를 구부린 채 경사가 심한 할강대를 내려와 할강대가 끝나는 지점에서 무릎을 죽 펴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자세를 취한 채 공중을 나는 스키점프는 골프의 다운스윙을 그대로 닮았다.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 점점 가속도가 붙어 최고의 스피드가 발현되는 지점에서 무릎을 펴 비상하는 과정은 제로베이스에서 다운스윙을 시작해 점점 가속도를 붙여 임팩트 존을 지날 때 최대의 속도와 파워를 내는 골프와 흡사하지 않은가.  /방민준 골프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