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재표결 290표 중 가결 177표·부결 112표·무효 1표
재의결 요건 재석의원 3분의 2 찬성 충족 못해 폐지 수순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에 따라 국회로 되돌아간 양곡관리법이 13일 재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재의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재석의원 3분의 2 찬성이다. 

이날 재투표에 부쳐진 양곡관리법은 총 투표수 290표 중 가결 177표·부결 112표·무효 1표에 불과해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23일 국회 문턱을 넘었던 양곡관리법은 지난 4일 윤 대통령이 ‘국가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1호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이날 본회의에서 재투표가 진행됐다.

   
▲ 김진표 국회의장이 4월 13일 제405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의 건'이 부결을 알리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여야는 재투표까지 약 열흘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표결 직전까지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특히 대통령 재의요구권 필요성을 밝혔던 한덕수 국무총리 담화문이 화두가 됐다.

국민의힘은 한 총리가 담화문에서 인용한 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가 과학적 방법에 따른 결과라며 ‘양곡관리법이 쌀 과잉생산을 유도하는 만큼 부결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 총리가 농촌경제연구원 연구결과를 잘못 인용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토록 했다”며 ‘대국민 기망’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쌀 정부 매입 의무화가 시작된다면 밭농사에 비해 기계화 기반이 잘돼있는 쌀농사가 크게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양곡관리법을 통한 쌀값 안정화 기대효과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쌀값 안정화 및 식량 안보를 위해 △전략작물직불제 확대 △논농업직불제 확대 △청년농업인 육성 △스마트농업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이미 제시했다며, 양곡관리법 제정 필요성이 미약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같은 당 이달곤 의원은 양곡관리법 필요성과 당위성이 낮음에도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이유는 ‘포퓰리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농해수위에 야당 한두 분을 제외하고 전원이 호남의 쌀 생산 지역 의원”이라고 꼬집으며 양곡관리법은 민주당이 지역구 표심을 의식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양곡관리법이 시행될 경우 국가 재정부담이 증가해 다른 농축산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혜택이 줄어드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며 국가 재정부담, 형평성 등의 문제로 양곡관리법은 반드시 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농촌경제연구원 연구 결과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사전 생산 조정으로 지적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반론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가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쌀 면적을 줄일 인센티브 없다고 강건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기존에 있던 타작물재배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윤석열 정부가) 폐기했기 때문”이라며 강력한 타작물재배 인센티브가 존재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 쌀 사전 생산 조정이 가능했던 전례가 있어, 사전 생산 조정을 전제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제정될 경우 지적된 문제는 발생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배경이 미반영 된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거짓’이라며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해야 할 일”이라고도 말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1조원의 예산이 매년 낭비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량이 3~5% 되어 가격이 급락하거나 하락이 예상될 경우 또는 쌀값이 5~8% 하락했을 경우에만 초과 생산량 의무적으로 매입하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재정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을 반박했다. 

또 사전 생산 조정을 위해 타작물재배 인센티브로 약 1500억원의 예산을 이용한다면 앞서 지적됐던 문제들이 모두 해소된다며 해결책도 제시했다.

하지만 115석을 가진 여당이 양곡관리법 재의결을 당론으로 극구 반대함에 따라 양곡관리법은 결국 부결됐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