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문동주(20·한화 이글스)와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 두 '영건'의 광속구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프로 2년차로 '한화 마운드의 미래'인 문동주가 먼저 구속 경쟁에 불을 지폈다. 문동주는 지난 12일 KIA 타이거즈와 광주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1회말 1사 후 박찬호를 3구 삼진으로 솎아낼 때 던진 3구째 패스트볼로 구속 160.1km를 찍었다.

2011년 KBO(한국야구위원회)가 피치트래킹시스템(PTS)으로 투구 속도를 공식 측정하기 시작한 이후 한국 선수의 투구 스피드가 시속 160km를 넘긴 것은 문동주가 처음이었다.

   
▲ 강속구를 던지며 구속 경쟁을 벌이고 있는 문동주(왼쪽)와 안우진. /사진=한화 이글스, 키움 히어로즈 SNS


다음날인 13일 '키움 토종 에이스' 안우진이 또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을 만한 투구 속도를 기록했다. 두산 베어스와 잠실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선 안우진은 역시 1회말 1사 후 허경민을 상대로 던진 5구째로 159.8km를 기록했다. 허경민은 이 빠른 공을 받아쳐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다만 안우진의 이 구속은 키움 자체 측정 기준인 트랙맨에 찍힌 것이며, 피치트래킹시스템으로는 158.2km로 측정됐다.

측정 기준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안우진 역시 160km에 거의 육박하는 강속구를 과시했다.

공만 빠르다고 좋은 투수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구가 되고, 변화구가 적절히 섞이면 투수에게 강속구만큼 좋은 무기도 없다.

실제 대표적인 '파이어볼러'인 문동주와 안우진의 이번 시즌 개막 초반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문동주는 6일 삼성전 시즌 첫 등판에서 5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투수가 됐고, 12일 KIA전에서는 6이닝 2실점 호투에도 패전투수가 됐다. 총 11이닝 2실점해 평균자책점은 1.64를 기록했다.

안우진은 3경기 선발 등판해 19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1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평균자책점은 0.47밖에 안된다. 다만,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1승밖에 못 올렸다. 4월 1일 한화전 첫 등판에서는 6이닝 무실점 호투하고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고, 7일 NC전에서는 7이닝 1실점하고 패전을 떠안았다. 13일 두산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둘은 지난 3월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문동주는 신인이던 지난해 큰 활약을 못한데다 경험이 부족다는 이유로, 안우진은 충분히 대표가 될 실력이었지만 고교시절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전력 때문에 대표팀 선발에서 제외됐다.

WBC에서 한국은 1라운드 통과를 못하고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한국대표팀 투수들의 구속이나 구위가 경쟁팀들에 비해 뒤지는 것이 큰 아쉬움이었다. 우승까지 차지한 일본은 간판스타 오타이 쇼헤이(LA 에인절스) 외에도 젊은 투수들이 150km대 강속구를 던지며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 부러움을 샀다.

문동주와 안우진이 구속 경쟁을 벌이는 것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한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영건의 성장세로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