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잔액 한 달 만에 2조2000억원 증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1년 반 만에 3%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은행권의 과도한 '돈 잔치' 논란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린 데다 통화 긴축 종료 기대로 시장(채권) 금리가 떨어진 데 따른 결과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주담대 금리 인하까지 겹치면서 주담대가 다시 늘어나는 모양새다.

   
▲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1년 반 만에 3% 중반대까지 떨어졌다./사진=김상문 기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50~5.801% 수준으로 집계됐다. 한 달 반 전(3월 3일)과 비교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770%포인트 떨어졌다.

대출금리가 하락한 것은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일 4.478%였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4일 3.859%로 0.619%포인트 떨어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국내외 긴축 기조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 하락세가 빨라졌다.

여기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한 영향도 컸다. 최근 주요 은행들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 현장방문에 발맞춰 '금리인하'를 주요 골자로 하는 상생금융 지원방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0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내리는 등 모든 가계대출 금리를 낮췄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도 가계대출을 인하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에도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나 "더 많은 국민들이 체감하려면 지속적인 금리인하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장금리 상승 같은 원가상승요인이 있지만, 이런 요인은 경영합리화 등을 통해 금융권에서 자체적으로 최대한 흡수, 대출자에 전가되는 금리인상이 최소화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당국의 전방위적 금리 인하 압박으로 은행권 금리가 낮아진 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으로 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던 주담대가 다시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주담대 잔액은 800조8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2조3000억원 증가했다. 앞서 2월 은행 주담대 잔액은 2014년 1월(3000억원 감소) 이후 9년여만에 처음으로 줄었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주담대 중 전세자금 대출은 올해 2월에 이어 3월에도 2조3000억원 줄어 든 것을 감안하면 일반 주담대가 한 달 만에 약 4조6000억원 급증한 것이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아파트 매매가 여전히 적지만 지난해 수준의 부진에서 조금 벗어나 은행 주담대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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