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무차별 손가락질…제2·제3의 피해자 양산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택시기사의 푸념…가장 치명적인 질병 메르스?

어제 늦은 밤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의 푸념이 시작됐다. 메르스 얘기였다. 사람들이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니 택시는 상대적으로 괜찮지 않냐고 되묻자, 밖에 다니는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줄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택시기사는 “하루에 수입 20만원은 찍어야 하는데 10~14만원 밖에 찍지 못한다”면서 “별 것 아닌 독감에 사람들이 과민반응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한달 간 누가 보면, 단군 오천년 이래 한반도에 최고로 치명적인 전염병이 창궐한 줄 알았을 것이다. 발병 한 달 만에 잦아들고 있는 메르스 말이다. 5월 22일 발병한 이후 34일이 지난 현재(25일 오전 9시 기준), 메르스는 확진자 180명에 사망자 29명(치사율 16.1%), 격리자 2642명에 격리 해제자 1만1936명, 퇴원자 74명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메르스, 홍콩 독감보다 못한 병

메르스는 감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34일간 29명의 메르스 사망자를 기록한 것은 분명 비통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다른 질병 사례나 홍콩의 경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결핵으로 2500여명, 인플루엔자 독감으로 2000여명이 사망한다. 하루에 한명의 사망자를 낳지 못한 메르스(하루 평균 0.8명)에 비해 결핵 및 인플루엔자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6.8명, 5.5명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결핵과 독감은 메르스 보다 7~8배 더 치명적이다.

홍콩은 더하다. 올해 초 홍콩에서는 4개월 간 500여명이 숨진 살인독감이 발생하기도 했다. 홍콩의 살인독감은 지난 12일부터 재발하여 6일간 16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홍콩 인구는 우리나라의 1/7이다. 우리나라의 인구규모로 환산하면, 올해 초 우리나라에 살인독감이 돌아 4개월간 3530명이 죽고 최근 일주일 동안에는 113명이 살인독감으로 인해 추가로 사망한 격이다. 홍콩과 같은 양상이 우리나라에 일어났다면 우리나라 국가시스템은 진작에 전복되었을 것이다.

   
▲ 박원순 시장으로 인해 말도 안 되는 언사를 감내해야 했던 삼성서울병원의 35번 메르스 의사와 증상을 보이기 전 그가 들렀다는 가든파이브 상인들은 어찌할 도리 없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윤서인 작가의 프리미엄 조선 웹툰 ‘조이라이드’의 한 장면. /사진=프리미엄 조선 웹툰 그림 캡처
지난 한달간 한국에 퍼졌던 메르스는 홍콩 독감에 비하면 깜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홍콩경제는 살인독감에 별 지장을 받지 않고 있고, 한국에서는 메르스로 인한 경기둔화라고 난리다. 성장률이 3%에서 2%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홍콩은 저런데 한국은 이 모양인 이유는 무얼까.

질병의 위중함과 심각성을 터무니없이 과장해서 전세계에 한국이 위험하다고 열심히 생중계를 편 언론의 제무덤 파기, 거기에 부화뇌동해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끔찍한 역병이 발생했다고 믿는 미개한 일부 국민 탓이다.

메르스 민낯, 선동가의 등장과 고초 겪은 사람들

삼성서울병원, 평택성모병원 등 메르스의 최전선에서 의사들은 메르스와 싸웠지만, 몇몇 정치인들은 의사들과 싸웠다. 온갖 비관적인 언론기사가 설쳐대면서 자영업자 택시기사 등 중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울상이다. 수습을 해야 하는 정부는 근심에 잠겨있고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오너가 직접 사과까지 했다.

박원순 이재명 등 몇몇 정치인은 지난 몇 주 동안 ‘메르스 전사’로 이름을 널리 알리는 등 살판났다. 의사 간호사 등 메르스 의료진에 대한 정치인들의 정보 공개와 인격 살해가 이어지고,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악성 댓글이 쏟아진다. 박원순 시장으로 인해 말도 안 되는 언사를 감내해야 했던 삼성서울병원의 35번 메르스 의사와 증상을 보이기 전 그가 들렀다는 가든파이브 상인들은 어찌할 도리 없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으며 최고의 정치적 수혜자라고 추켜세우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박원순은 메르스를 통해 최고의 선동가로 거듭났다.

박원순의 위선과 전시행정

박원숭 서울시장은 과잉대응이 아닌 거짓대응으로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여 서울시민을 패닉에 몰아넣었다. 박원순은 한밤 중 긴급브리핑을 통해 35번 메르스 감염 의사가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했다고 거짓발언했다. 하지만 35번 의사가 접촉했다는 1500명 격리자 중 단 한 명의 환자도 없었다. 그랬더니 이제는 12억 원을 들여 그들 격리자들의 생활을 지원한다고 발표한다. 자기가 저지른 일에 시민 혈세 12억 원을 들여서 봉합한다.

   
▲ 윤서인 작가의 웹툰.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판단과 결정에 대한 지지자들의 사고방식을 꼬집는 윤서인 작가의 생각이 묻어난다. /사진=윤서인 작가 SNS
자신이 서울시 메르스 방역본부장이며 지금은 준전시상태라고 일갈하면서, 전국에서 13만 명이 모이는 공무원시험과 수천명이 모이는 동성애 축제는 허가한다. 이중적인 위선이다.

박원순 서울시정의 질병대처는 어설픈 행정 자체이기도 했다. 기존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판정을 의뢰하면 확진 판정까지 5~6시간 정도 걸렸지만 서울시에 보낸 뒤부터는 하루 이상이 걸렸다.

박원순의 전시행정은 메르스 방역쇼로 절정에 치닫는다. 오늘도 서울지하철 방송에서는 시간 당 여러 번 서울시의 메르스 방역소독에 대한 멘트와 ‘시민들은 안심하시라’는 구절이 흘러나온다. 서울시는 시내 곳곳에 메르스 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하는 살충제를 뿌려댄다. 서울시 보건 관련 직원들은 분무기로 살충용 화공약품을 살포하며 메르스를 방역한다고 널리 알린다. 살포하는 약품들은 모두 발암 물질이며 성호르몬 내분비 교란 물질이다. 서울시민들은 ‘메르스 바이러스’ 대우를 받고 있다.

메르스 손가락질…우리나라의 민낯과 메르스의 본질

정치인 개인에 대한 언급은 그만하자. 이뿐만 아니다. 지난 몇 주 간 메르스를 이유로 서로 손가락질 하는 건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전철이나 버스에서 기침이라도 콜록 거리면 주위 모든 사람들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이어진다. 메르스 현장에서 질병과 맞서 싸우는 의사 간호사의 가족들은 (격리자도 아니고 아무런 증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홍글씨가 찍혀 학교나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지 못했다.

메르스는 우리나라의 민낯을 다시금 드러냈다. 현장에서 애쓰는 전문가들의 사기를 꺾어놓는 사회, 박원순 이재명 등 포퓰리즘정치꾼이나 SNS 누리꾼의 말, 과장과 선동으로 얼룩진 언론기사를 더 믿는 현실 말이다. 홍콩만도 못한 언론에 홍콩만도 못한 민도다.

   
▲ 삼성서울병원, 평택성모병원 등 메르스의 최전선에서 의사들은 메르스와 싸웠지만, 몇몇 정치인들은 의사들과 싸웠다. 사진은 윤서인 작가의 프리미엄 조선 웹툰 ‘조이라이드’의 한 장면. /사진=프리미엄 조선 웹툰 그림 캡처
메르스의 본질은 의료보험체계의 저수가, 다인실에 시장돗대기 같은 응급실 구조, 병문안문화와 만연한 의료쇼핑이다. 메르스는 이런 여러 요소에 신생 질병에 대한 생소함과 정부의 미비한 대처가 겹쳐 일어난 ‘일시적’ 재난이다. 그리고 이는 일부 ‘진상’ 메르스 환자와 개인들의 통제하기 힘든 성향과 겹쳐 확대․전파되었다.

메르스의 본질을 외면하지 말자. 모든 질병관리에는 돈이 든다. 메르스 또한 마찬가지다. 메르스는 구조적인 문제와 개인 행동이 어우러져 일어난 사태였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고칠 건 고치자.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