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 한 달 새 10조원 감소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3%대로 떨어지면서 은행에 몰렸던 여유자금이 주식‧채권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당분간 은행의 수신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은행에 몰렸던 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3%대로 떨어지면서 은행에 몰렸던 여유자금이 주식‧채권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 5%를 넘어섰던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기준금리(연 3.50%) 수준이거나 이에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은행 예금금리는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전자산에 투자 매력을 잃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자산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기 지난해 11월 연 5%대 중반의 고금리를 자랑했던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5개월간 약 2%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4%대로 내려온 금리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1월과 금리가 동결된 2월에도 하락을 거듭하며 연 3.50% 수준보다 조금 높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거나 동결됐음에도 예금금리가 떨어진 것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에 과도한 수신 경쟁 자제를 권고한 데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기대감이 시장금리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대표 예금상품의 금리를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의 금리가 연 3.50%이고,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과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 연 3.40%,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연 3.37% 등이다.

은행 예금금리는 앞으로 오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시장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한은의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 우려에도 '연내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노무라증권이 지난 12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한국의 경기 침체 상황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에 쏠렸던 여유자금이 다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자산시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총 수신 잔액은 1871조5370억원으로 전월보다 18조2675억원 감소했다. 특히 정기예금 잔액은 한 달 새 10조3622억원 줄었다. 반면 증시 거래는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53조1579억원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대로 떨어진 가운데 앞으로 당분간 오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관심이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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