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뿐 아니라 제품의 모든 과정을 고려한 지속가능 접근성의 필요성 강조
[미디어펜=이다빈 기자]한국P&G가 ‘2023 한국P&G 환경 지속가능성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전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LCA를 상세히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P&G의 노력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이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허탁 건국대학교 화학공학부 명예 교수·한국환경한림원 회장, 예현숙 한국P&G ESG 리더·대외협력본부 상무, 양지안 서울녹색구매지원센터 센터장이 발표자로 나선 가운데 △글로벌 환경 지속가능성 트렌드와 LCA의 개념 △글로벌 소비자 인식과 P&G의 노력 △소비자의 일상 속 실천 방안 등 세 개의 주제로 발표가 이뤄졌다.

   
▲ /사진=한국P&G


◆전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

이날 첫 발표자로 나선 허탁 명예 교수는 먼저 글로벌 환경 지속가능성 동향을 소개했다. 최근 다양한 사회 이슈 중에서도 자원 고갈, 기후 변화, 환경 오염 등 환경 문제가 특히 주목을 받고 단순히 탄소 감축을 넘어 탄소 중립이 화두라고 말했다. 진정한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생산-소비-폐기’로 구성된 기존의 선형 체계에서 ‘생산-소비-수거-재활용’이 반복되는 순환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 교수는 순환 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LCA를 소개했다. LCA는 △원료 수급 △제조 △포장 △운송 △사용 △폐기 등 제품 모든 과정의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을 측정하고 평가해 이를 개선해나가는 접근법이다. 

제품의 전 생애 주기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존 환경 담론 대비 포괄적이며 가장 개선이 필요한 단계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그는 “사업장 및 공급망 내 탄소 배출만을 관리하던 기존 정책과 달리,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사용 단계와 폐기까지 아우르는 제품의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환경 정책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 글로벌한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한국P&G, 전과정을 고려한 기업과 소비자의 지속가능성 노력 강조

한국P&G는 '생활을 통해 지구를 혁신하는 힘'이라는 비전 아래 설정한 환경 지속가능성 목표와 진행 중인 노력을 공유했다. 지난 2021년 한국P&G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 0’을 목표로 하는 ‘넷제로 2040’을 발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LCA 관점에서 노력해오고 있다. 즉, 원료 수급부터 폐기까지 제품의 전과정을 검토하고,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 /사진=한국P&G


‘다우니 딥클린 세탁세제’가 대표적인 예다. 찬물에도 세탁력이 우수해 온수 세탁 대비 최대 90% 전력 절감이 가능하며, 헹굼 단계를 1회 줄여도 잔여물이 남지 않아 최대 60리터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기저귀 브랜드 팸퍼스 제품 96%는 재생 가능 전력으로 제조되며 무게 역시 50% 감축해 제조 및 운송 단계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였다. 

제품 원료 수급에서 폐기까지의 전 과정 중 가정 내 소비자 사용 단계 탄소 배출량이 83.3%로 가장 큰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현숙 상무는 “사업장 및 공급망 내 탄소 감축뿐만 아니라, 가정 내 탄소 감축도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소비자들이 매일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생활용품 기업으로서 소비자들의 LCA 이해도를 높이고 가정 내 습관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한국P&G는 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 및 실천 양상과 LCA에 대한 인지도 파악을 목표로 한국 포함 전 세계 10개국 소비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자원순환사회연대와 국내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연장선상으로, 올해는 전 세계 10개국으로 확대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한국은 다른 나라 대비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후변화·지구온난화’(1위) 다음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로 ‘수질 오염’을 뽑은 반면, 한국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 1위와의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쓰레기 처리와 재활용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은 만큼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활발히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 활동은 '플라스틱 분리배출(86%)'이었다. 하지만 ‘전원 소등’, ‘장바구니 사용’ ‘텀블러 사용’ 등 나머지 항목들에 대해서는 평균 대비 낮은 실천율을 보였다. 특히 텀블러 사용률은 36%로 10개국 중 최저를 기록했다. 

앞서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두 번째로 심각한 환경 문제로 꼽은 것에 비해 실천이 매우 저조하다. 실제로 한국 응답자 81%가 ‘친환경적으로 생활을 바꾸고 싶다’라고 의지를 보인 반면 실제 친환경적으로 생활을 바꾼 비율은 65%에 불과했다.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는 ‘집에서 실천하는데 불편함(48%)’과 ‘집에서 실천하는데 어려움(43%)’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한국 소비자들은 LCA라는 개념은 인지하고 있으나 실제 작동원리에 대한 지식수준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응답자 중 LCA 개념을 안다고 답변한 비율은 49%로 절반에 가까웠으나 세탁 세제의 LCA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 올바르게 답변한 응답자는 적었다. 

일례로 세탁세제를 사용 단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 배출이 일어난다고 답변한 소비자는 28%에 불과했는데 실제 세탁세제 환경 발자국의 60%는 ‘사용 단계’에서 발생한다. 세탁을 위해 찬물을 온수로 데우는 과정에서 상당한 전력 소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녹턴(綠turn; 녹색으로의 전환)을 위한 일반 소비자들의 노력도 필요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양지안 센터장은 일상 속 ‘녹턴’의 중요성에 대해 공유했다. 

양 센터장은 “기업과 정부뿐 아니라 소비자의 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게 가장 급선무지만 제품 구매를 해야 한다면 ‘녹색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 /사진=한국P&G


녹색 상품은 원료부터 폐기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을 의미하며 환경부 등으로부터 인증받은 마크를 통해 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양 센터장은 △냉장고에 적정 용량만 채우기 △세탁기 사용 횟수 줄이기 △물티슈 사용 줄이기 △보일러 배관 청소를 통해 열효율 높이기 등 일반 소비자들이 환경 개선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상 속 팁을 공유했다.

예현숙 상무는 “기후 위기에 보다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전과정을 바라보는 LCA 관점에서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비자들이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피앤지는 생활 속 작은 행동들이 어떻게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소비자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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