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 종목 신속 조사…피해 없어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조사 착수 발언을 하면서 동학개미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장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이 원장은 “2차전지 등 미래성장 신사업 테마주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다”면서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말했다. 

이 원장의 발언이 알려지며 그동안 지수 상승을 이끌어온 2차전지 관련주는 무더기로 폭락했다. 특히 포스코홀딩스(-4.8%)와 포스코퓨처엠(-4.4%), 에코프로비엠(-6.46%), 엘엔에프(-5.4%) 등이 높은 하락폭을 기록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 개인들의 매수 상위 10위에 대부분 이름을 올린 종목들이다.

물론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종목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다는 건 원론적인 이야기며, 요점은 과도한 레버리지에 따른 투자 피해 예방”이라고 선을 그었다. 즉 주가가 과열된 일부 테마주로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쏠리고 있는 점을 경계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빚투’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들어 신용잔고율 10%를 넘긴 종목은 지난해 말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코스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신용잔고율은 신용거래 매수량을 총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신용잔고율이 높을수록 상장된 주식 중 신용으로 산 주식이 많다는 뜻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급증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563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에만 3조원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금감원장의 발언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는 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종목 토론방 등을 통해 “금감원장이 2차전지 주식의 본질도 모르고 개미들을 죽이려고 작정했다” “2차전지에 대한 상승을 공매도 세력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상 과열로 단정지어 버렸다”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오히려 피해를 줬다. 금감원장부터 조사받아야 한다” 등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형국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은 취임 이후 거침없는 발언으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면서 “금융권 등에 들이대던 칼날이 이번엔 개인 투자자들을 향한꼴이 되면서 개미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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