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속 대사가 직접 교민들 수송…여권 없는 교민·반려견도 출국 준비
박진 장관 제의에 일본인 韓비상철수팀에 합류…기시다 “한국에 감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최근 군벌간 무력충돌이 발생한 수단에서 우리교민들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 준 아랍에미리트(UAE) 등 유관국들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25일 수단에 체류 중이던 우리국민 전원이 무사히 귀국했다”며 “그간 대통령실을 포함해 외교부, 국방부 등 범정부 차원의 노력과 국민적 성원을 통해 우리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회를 빌려 우리국민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도움을 준 유관국들에도 감사드린다”며 “‘당신의 국민은 곧 우리국민’이라며 (수단에서) 육로 이동을 제안하고 계기마다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 UAE 측에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양국간의 특별한 우정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또 “우리측에 안전경로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 준 미국과 제다 공항 (이용)을 신속하게 허가해 주고, 우리국민을 따뜻하게 환대해준 사우디아라비아측에도 감사드린다”면서 “이 밖에도 우호적인 제안을 해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과 프랑스, 튀르키예측에도 사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 군벌간 무력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수송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2023.4.25./사진=국방부

그러면서 임 대변인은 “수단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우리정부는 즉각적인 교전 중단을 통해 민간인 이동을 우선적으로 보장할 것을 교전 당사국들에게 재차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수단에선 지난 15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정부군과 반군의 무력충돌이 심화되면서 현재까지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450여명이 숨지고 4000여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우리정부는 ‘현지 교민과 공관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철수시키기 위해 21~22일 이틀간 공군수송기 등을 수단 인근 지부티와 사우디아라비아로 파견했다.

이후 우리 공관원을 포함한 수단 내 한인 29명 가운데 잔류 의사를 밝힌 현지 국적 취득자 1명을 제외한 28명이 23일 육로로 수단 수도 하르툼을 출발해 24일 동북부 항구도시 포트수단 및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거쳐 25일 오후 공군 수송기편으로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을 통해 무사히 귀국했다.

   
▲ 군벌간 무력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4일(현지시간) 우리 군 C-130J 군용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에 도착해 사우디 군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3.4.25./사진=국방부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수단 탈출작전을 시작하면서 각지에 흩어져 살던 우리교민들을 수도 하르툼 소재 주수단대사관으로 집결시키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교민들이 9곳에 산재해있었고, 식량·연료·식수 등도 미리 비축해두지 못한 상태였다. 대사관에서 불과 1.3㎞ 거리에 위치한 공항은 이미 격전지였다.

당시 대사관 직원들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상황이었는데, 휴일에 자택에서 머무는 동안 갑자기 사태가 격변해 가족과 함께 시장에 갔던 한 직원은 한때 고립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남궁환 주수단 대사가 직접 심야 시간대에 공관 방탄차량을 몰고 하르툼 시내에 흩어져 살던 교민들을 만나 대사관으로 데려왔고, 교민들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도 함께 구했다. 이런 과정에서 운전을 맡은 현지직원이 한때 탈진해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후 우리공관은 여권을 안 가진 교민과 반려견, 반려묘를 위한 출국수속을 미리 준비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비상 상황에선 한일 간 교민 철수를 공조하자"고 일본 측에 제의했고, 이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현지 대사관에 지시하겠다"고 화답한 이후 수단에 체류 중이던 일본인 외교관과 교민 7명 등이 우리교민과 함께 비상철수팀에 합류해 수단을 탈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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