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꼈던 대통령실 3일 "직역간 갈등 첨예, 재의요구권 행사 기준에 해당"
'업무범위 조정 쟁점' 간호법, 4일 정부로 이송…윤, 15일 이내 거부권 행사해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 3월 169석을 앞세운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로 시작된 '입법 전쟁'이다. 이번 무대는 '간호법 제정안'이다.

지난 4월 4일 이 입법 전쟁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 행사에 대한 민주당측 분위기는 갈데까지 가보자는 식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더 센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태의 전환점이 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제헌 헌법에서부터 명문화된 국회 입법권에 대한 견제수단이다. 이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국회 의결 15일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거대야당이 국회에서 양곡관리법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자유를 파괴하는 중우정치에 맞서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질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어수단'이다.

국회가 이러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이번과 같이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강행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동의가 필요하다.

   
▲ 5월 2일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계기 대통령실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4가지 원칙을 밝혔다. 바로 헌법, 국민 세금, 국민 영향, 여야 합의다.

우선 이번 '간호법 제정안'의 경우,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버렸다. 야당이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강행한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원래 거부권 행사에 조심스럽고 말까지 아끼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야 합의' 문제는 둘째 치고, 의료현장 파행이 현실화되면서 간호법 제정안으로 인한 의료계 직역간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바로 '국민 영향이 커진다'는 배경 때문이다.

실제로 총파업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 단체가 연가 투쟁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일 "간호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며 "직역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어 재의요구권 행사 기준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4일 간호법 제정안은 정부로 이송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을 기준으로 (휴일을 제외한)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간호법을 공포해야 한다.

이번 간호법 제정안 이슈에서 핵심 쟁점은 '간호사 업무 범위'에 대한 조정이다.

향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 이상, 여야가 대승적으로 재차 논의에 들어가 의료계 전부가 납득할 수 있는 대안 입법을 도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