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올해 의장국, 이달 중 실무회의 서울 개최 추진
'3국 공감대' 전망 속 경제·안보 모멘텀 잃었단 관측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정부가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이달 중 실무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도쿄에서 한일 정상이 만난 이후 한중일 3국의 외교 정상화에도 시동이 걸린 모양새다. 지난달 2일 중국에서 만난 중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한중일 정상회의 논의가 이뤄졌다.

한중일 3국이 번갈아가며 의장국을 맡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의 올해 의장국이자 개최국은 우리나라이다.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가 복원되고, 한미일 삼각공조에 순풍을 맞은 상황에서 이제 한중관계 개선 및 한중일 고위급 프로세스 재가동 여부에 따라 윤석열정부의 중기 외교를 가늠해볼 수 있게 됐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한일중 3국간 협력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요한 만큼 우리는 한일중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가급적 연내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관련국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이런 소통의 일환으로 3국 외교당국 실무자간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지속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3국 모두 한중일 정상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중 전략경쟁으로 비롯된 대중국 갈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명시되는 등 갈등 요소가 두드러졌다. 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발언해 중국정부의 반발을 샀다. 지난달 28일 중국 외교부가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공사를 초치해 불만을 표명한 일도 있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계기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2022.11.15./사진=연합뉴스

하지만 14억 인구를 가진 이웃국가 중국은 여전히 거대시장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우려하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협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중국 역시 시진핑 3기를 맞아 경제 분야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처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한미일 삼각공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중국 으로선 경제카드를 이용해 한국과 일본을 끌어당길 필요가 있어보인다.   

3월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모두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3월 27일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한중일 3자 정상회의를 다시 가동해 역내 평화와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중국 외교부가 “한국의 제의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중일 모두 경제적인 측면에서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23차 한중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한중일 경제협력이 강조됐다. 무엇보다 3국 모두 최근 3국간 경제 관계가 둔화된 것에 공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개정부 장관은 “한중일 협력이 각 국가의 경제성장은 물론 지역 및 세계 경제의 지속가능한 회복 엔진이 된다”고 말했다.  

   
▲ 일본을 1박2일간 실무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3.16./사진=연합뉴스

올해 11~12월쯤 개최될 것이 유력한 한중일 정상회의 의제는 최근 삐걱대던 3국간 관계를 감안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적교류 회복’ 등 비교적 덜 민감한 현안 위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경제협력과 안보 등 핵심의제가 본격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한중일 정상회의는 역내 평화와 경제협력, 관계 개선 등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한편, 지난 한중일 재무장관회의에 중국이 장관급 대신 차관급을 파견해 일각에선 우회적으로 한국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일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조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을 견제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란 전망과 동시에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지난 2008년 1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중국 원자바오 총리, 일본 아소다로 총리가 일본 후쿠오카에서 만난 것을 시작으로 총 8차례 개최됐다. 이후 2019년 중국 청두에서 개최된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한일관계 악화 등 이유로 중단된 상태이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3~2014년, 문재인정부 때인 2020~2022년엔 한일 갈등으로 열리지 못했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이번엔 미중 갈등으로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일각에선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한중 및 중일 간 경제협력이 예전 같지 않아 한중일 정상회의를 견인할 모멘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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