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방민준의 골프탐험(64)- 골프는 연극이다

우연히 한 혼혈 뮤지컬 배우의 TV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수년전 수소문 끝에 흑인 아빠와 감격적으로 상봉하는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본 적이 있어 그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던 터라 채널을 고정시켰다.가수로서 타고난 재능이 번뜩거렸으나 지원기반이 없어 고전하다 뮤지컬 배우로 방향을 바꾸면서 특급스타로 우뚝 설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인상적인 것은 그녀가 공연준비를 하는 장면이었다.

무대장치를 꾸미느라 온갖 소음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그녀는 무대 한 켠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무수한 반복연습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출연배우들과 함께가 아닌 혼자서 공사소음으로 가득한 무대에서 연습을 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저런 열정이 있었기에 온갖 어려움과 갈등을 딛고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하는 뮤지컬 스타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순간 골프 역시 연극과 같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맞다. 골프야말로 가장 연극적인 요소가 응축된 게임이다.
연극의 3요소가 희곡 배우 관객이라면, 골프에서 희곡은 한 개인의 머리와 육체에 각인된 골프 관련 지식과 기량, 습벽이 될 터이다. 배우는 물론 자신이고, 관객은 동반자 혹은 갤러리일 것이다. 연극에서 뺄 수 없는 무대는 바로 골프코스가 아닌가.

훌륭한 배우라면 희곡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무대 공연을 통해 관객을 감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훌륭한 골퍼 역시 골프와 관련된 지식과 기술, 매너 등을 익혀 골프코스에서 멋진 게임을 펼쳐 자신과 동반자를 감동시키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다.

   
▲ 성공적인 무대 공연을 위해 피나는 연습이 필요하듯, 성공적인 라운드를 위해서도 숱한 절망을 이겨내야 하는 연습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도 연습 없이 무대에 올라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없듯, 아무리 출중한 골퍼라도 부단한 연습과 준비 없이 만족스런 게임을 펼칠 수 없다. /삽화=방민준
성공적인 무대 공연을 위해 피나는 연습이 필요하듯, 성공적인 라운드를 위해서도 숱한 절망을 이겨내야 하는 연습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도 연습 없이 무대에 올라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없듯, 아무리 출중한 골퍼라도 부단한 연습과 준비 없이 만족스런 게임을 펼칠 수 없다.
주말골퍼들 중에 라운드 당일 허겁지겁 골프장에 도착해 아무런 준비 없이 라운드에 돌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중에는 그럭저럭 연습장을 다니면서도 라운드 당일에는 티오프 시간에 임박해 골프장에 도착해서는 식당에서 잠시 머무르다 바로 첫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서는 게 다반사다.
몸은 굳어있고 호흡은 거칠고, 마음도 느긋하지 못해 서두르는 동작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필경 미스 샷이 나오고 네댓 홀이 지나서야 제 페이스를 찾게 되지만 이미 스코어가 엉망이라 그 날의 라운드는 기대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리고 만다.

물이 오른 연기력을 발휘하는 배우가 공연기간 중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을 하듯, 훌륭한 골퍼 역시 평소는 물론 라운드 당일에도 철저히 연습하고 대비하는 자세는 필수다.

축구 야구 배구 등 어느 스포츠분야든 메인 게임에 앞서 몸과 마음을 최상의 조건으로 만들기 위해 몸을 풀며 워밍업을 하듯, 골프 역시 라운드에 들어가기 전에 몸과 마음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연습에 게으른 배우가 무대에서 관객을 감동시킬 수 없듯 연습을 게을리 하는 골퍼 역시 필드에서 좋은 라운드를 만들어낼 수 없다.
다가오는 주말 완벽한 연기를 꿈꾸며 무대에 오르는 배우처럼 필드에 나서보자. /방민준 골프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