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추위 발족 새 이사진 선출 심상찮은 대결구도 정파성 못 벗어나
   
▲ KBS는 지난 해 문창극 총리후보의 발언을 짜깁기해 국가적인 물의를 빚은 것은 물론이고 올해 초 역사 다큐 ‘뿌리 깊은 미래’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모호한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4일에는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직후 일본 망명 타진” 뉴스를 보도하며 ‘선전선동 수준의 오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진=KBS 방송화면 캡쳐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KBS와 MBC, EBS 등 공영방송 3사 이사들의 임기가 오는 8월 말에 모두 종료되는 가운데 새로운 이사진 선출을 둘러싼 ‘대결구도’가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와 언론학회,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6일 '공영언론 이사추천 위원회(공추위)' 발족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시민사회단체나 전문가들의 추천을 통해 공영방송 정상화와 공정방송 회복에 앞장설 적임자를 이사로 추천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게 이 회견의 주목적이었다.

이들의 논지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현재의 ‘공영방송은 정상(正常)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둘째, 그들 기준의 ‘적임자’를 새로운 공영방송 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두 가지 다 ‘그들의 기준’에 치우쳐 있음을 의심하게 되는 이유로는 몇 가지가 있다. 공추위의 발족은 지난 2012년 시민사회 단체가 주축이 됐던 ‘케이비에스 이사추천위원회’를 확대 적용하자는 의견에서 비롯됐다. 이 시스템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면야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재의 KBS는 다른 어떤 방송사보다 심각한 정파성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해 문창극 총리후보의 발언을 짜깁기해 국가적인 물의를 빚은 것은 물론이고 올해 초 역사 다큐 ‘뿌리 깊은 미래’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모호한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4일에는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직후 일본 망명 타진” 뉴스를 보도하며 ‘선전선동 수준의 오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KBS에 대한 가장 통렬한 비판은 KBS 내부, 그러니까 KBS공영노동조합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 30일 KBS이사회가 의결하고 공포한 'KBS 2014사업연도 경영평가보고서'에 대해 “KBS 전반에 대한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결여됐다”고 평가한 것은 오히려 KBS공영노조였다. KBS 안에서도 KBS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공영노조의 분석에 의하면 ‘2014 경영평가보고서’는 작년 6월 문창극 후보의 “일본 지배 하나님 뜻” 보도에 대해 “언론 관련 외부기관에서 수여하는 상을 많이 받았다”고만 보도하며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 밖에 간부들의 집단 보직사퇴, 제작거부와 파업 등의 이슈에 대해서도 특정 집단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담고 있다는 게 KBS 공영노조의 분석이다.

KBS에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KBS 내부의 분열은 극도로 혼란스러운 것이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KBS라는 하나의 함수를 통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KBS 안으로 들어가 제각각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투쟁하고 있는 형국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양성이 아니다. 그저 혼잡함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공추위 말대로 ‘시민사회단체나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 구성을 한다고 해서 공영방송의 객관성이 담보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의 KBS가 겪고 있는 혼란을 이제 공영방송 3사가 전부 경험하게 될 뿐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오는 12월 공영방송 3사의 사장이 모두 교체될 예정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공영 3사의 새 이사회 구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 중차대한 국면에서 공추위는 ‘시민’이라는 이름 속에 본인들의 의도를 숨기고 새로운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나름의 ‘정치’를 시민이란 이름 속에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 대가는 너무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