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분할 가결, 창립 69년만에 '홀딩스' 체제
'전략컨트롤타워' 미래성장동력 발굴 통한 기업가치 향상
현장 전문가 중심 진용 갖춰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동국제강이 창사 69년만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철강시장에 대응을 위해 변화카드를 꺼내 들었다.

동국제강은 향후 전략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철강-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시너지 사업을 발굴하고, IT와 물류 등 그룹 연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등기이사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하며 형제경영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 동국제강 당진공장/사진=동국제강 제공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 12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본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 계획서 승인의 건' 등 의안을 모두 승인했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장세욱 부회장은 "변화를 통해 성장 모멘텀을 잡을 때"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는 곧 주주 환원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지주사 체제에 현장 전문 경영인 접합

동국제강은 가결된 인적분할을 통해 동국홀딩스(가칭), 동국제강(가칭), 동국씨엠(가칭)으로 분할된다. 분할 기일은 내달 1일로 지주사로 존속법인 및 신설법인 2개사는 오는 6월 16일 변경 상장 및 재상장을 앞두고 있다. 

기존 회사 주주는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지분 비율에 따라 동일하게 주식을 분할 배분 받는다. 동국제강은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등 추가적인 절차를 마무리한 후 오는 10월말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계획한다는 방침이다.

전환되는 동국홀딩스는 장세주 회장, 장세욱 부회장을 중심으로 철강·소부장 시너지 사업을 발굴하고 IT, 물류 등 그룹 연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해 미래 신수종사업 확보에도 힘쓴다.

사업 회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구성돼 열연사업회사 동국제강은 최삼영 부사장이, 냉연사업회사 동국씨엠은 박상훈 전무가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끈다.

열연사업회사인 동국제강은 최삼영 부회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중장기 친환경 성장전략인 'Steel for green'을 핵심과제로 설비투자, 공정개발,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한다. 엔지니어 출신인 최 부사장은 인천·당진·포항공장을 모두 거친 '현장통'으로 설비·생산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냉연사업회사인 동국씨엠은 박상훈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를 맡아 'DK컬러 비전2030' 실현을 이끈다. 2030년 컬러강판 관련 매출 2조 원, 100만 톤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상훈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부산공장장, 냉연영업실장을 역임하며 현장과 실무경험을 두루 쌓은 냉연분야의 전문인력으로 꼽힌다.

동국홀딩스는 에너지, 혁신공정기술, 제품 포트폴리오 분야를 중심으로 하이퍼 전기로 기술 개발 등 친환경 성장 전략을 추진한다.

동국제강은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 '4대 업종 탄소중립 개발사업' 중 철강 분야인 '전기로 효율 향상을 위한 에너지 순환 하이퍼 공정 기술 개발' 과제에 참여해 2028년까지 하이퍼 전기로 공정 연구를 진행한다.

조업 속도를 높일수록 소비전력을 절감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속도와 에너지 효율이 하이퍼 전기로의 핵심이다.국내 최초로 전기로를 가동한 동국제강은 철 스크랩 예열, 장입 방식 개선 등으로 에코아크 전기로 전력 효율 에너지 효율을 높여 하이퍼 전기로 기술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 동국제강 임시주주총회 종료후 (사진왼쪽)장세욱 부회장과 장세주 회장이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제공


◇'컴백' 장세주 회장…'형제경영' 시너지 기대

장세주 회장은 동국제강 지분 13%를 보유한 대주주다. 장세욱 부회장은 지분 8.7%를 갖고 있다. 장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전무도 지분 1%를 보유하고 있다.

장 회장은 고(故) 장상태 명예회장을 이어 2001년 동국제강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1978년 동국제강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0여년간 현장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회장 취임이후 15년 여간 동국제강 그룹을 이끌었으며 공격적인 경영스타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5년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 기소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번 주총에서의 사내이사 의결은 장 회장이 지주사 동국홀딩스의 등기이사로 공식 복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장 회장은 2018년 가석방 해 지난해 8월 특별사면으로 취업제한 규정이 풀렸다. 이후 비공식적으로 회사에 출근하며 동생 장세욱 부회장과의 경영을 함께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회장 복귀에 따라 형제 간의 갈등 우려도 언급했지만 평소 두 형제 간의 사이가 돈독한 만큼 '형제경영' 체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8년 만에 공식적으로 복귀한 장 회장은 철강사업을 중심으로 소재·부품 등 미래 신성장 사업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장 부회장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철강 사업과 연관된 소재, 부품, 장비 등 분야를 최우선 검토하겠다"며 "지주사 전환 후 벤처캐피탈(CVC)를 설립 혹은 인수를 추진해 신수종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동국제강은 CVC를 통해 환경, 바이오 등 유망 분야뿐만 아니라 지주사가 점찍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들도 함께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동국제강은 이날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최저 배당 기준, 최대 배당 기준, 적자 배당 기준 등을 구체화해 제시했다. 동국제강은 지주사 체제 구축 후 자사주 취득 소각 등 주주 환원 방안을 추가 검토할 계획이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