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차에 필수 ‘반도체 기판’으로 활로 모색
FC-BGA 시장 향후 두 배 가까이 커질 것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내 대표 전자 부품 회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미래 차’를 성장 동력으로 점찍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었던 양사는 미래 차에 필수인 ‘반도체 기판’으로 활로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19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미래 차에 필요한 대용량 정보를 처리하는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업을 추진 중이다. FC-BGA는 반도체와 기판을 연결한 부품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의 전장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미래 차에 필요한 대용량 정보를 처리하는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삼성전기 FC-BGA 샘플 /사진=삼성전기 제공


그동안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PC나 스마트폰 등 IT기기, 가전 사업에서 주요 부품 제조를 담당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업황이 안 좋아지고 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게 되면서 양사는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다. 

시대의 변화도 주효했다. 요 몇 년 사이 전기차 시장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자동차 부품 시장 역시 기계식 전장 위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기관들은 FC-BGA 시장이 현재는 90억 달러(한화 약 11조8800억 원)를 밑도는 상황이지만, 2030년에는 164억 달러(20조2500억 원)로 약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은 지난해 2월 FC-BGA 등 기판 부문에 4130억 원의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조기 양산에 성공한 LG이노텍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차량 카메라, 라이다, 파워 모듈 등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품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며 전장부품 사업부를 성장시키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전기 역시 지난달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들어가는 전장용 FC-BGA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2021년부터 베트남, 부산, 세종 등에 1조9000억 원을 투자해 관련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기는 올해 하반기에는 베트남 FC-BGA 공장을 완공하고, 외형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기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과거 10년 간은 스마트폰과 PC가 주도하는 시장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전기차, 자율주행, 서버, 네트워크 시장이 주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 분야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도 전장 분야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전자기기 핵심 부품으로, 전장용 MLCC의 경우 모바일용 MLCC보다 가격이 10배 비싼 고부가 제품으로 꼽힌다. 

스마트폰에는 1000~1200개 정도의 MLCC가 탑재되는 반면, 전기 차에는 1만5000~2만 개의 MLCC가 탑재된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이 고도화 되면 점차 자율주행이 고도화되면서 ADAS와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기능) 등에서도 전장용 MLCC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장은 올해 1분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실적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삼성전기의 전장용 카메라 모듈을 담당하는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는 전 분기 대비 22% 성장한 7986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LG이노텍의 전장부품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381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안 좋은 상황이지만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차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당분간 전장 부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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