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언급
“(중국서) 마이크론 빈자리 대체하지 말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근 중국에서 제재를 당한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한국 기업이 채우면 안 된다는 주장이 미국 의회에서 제기됐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대중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에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더라도 중국에서 10%까지 증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25일 로이터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회 위원장(공화당)은 대중 보복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통해 한국을 거론하며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대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갤러거 의원은 한국을 ‘최근 몇 년간 중국 공산당의 경제 강압을 직접 경험한 우리의 동맹국’이라고 지칭하면서 “미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부여된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 공백을 채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해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위험이 발견됐다”며 대규모 구매 금지 조치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국가의 중요한 기초정보 인프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사이버 보안 심사를 하고 대규모 제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의 무역 조치에 보복을 시작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공화당 의원인 마이클 매컬 미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중국이 미국 기업을 괴롭히는 마피아 같은 행동을 했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런 경제 침략에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또 한번 불거지면서 양국 사이에 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또 한번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플래시 2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만약 미국의 대중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게 된다면 두 회사가 중국에서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반대로 미국을 등지는 것은 막대한 위험을 짊어지는 것은 물론 70년간 이어온 한미동맹을 깨는 것이어서 비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양국 사이에 낀 한국 기업이 난처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두 회사에 첨단 장비를 들이는 것을 1년간 허용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준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중전쟁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도 이는 외교의 영역이기 때문에 기업이 나서기 보단 정부 차원에서 협상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공고하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최근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더 많이 생산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을 지금의 5% 이내로만 늘릴 수 있게 제한한 것에 대해 10%로 늘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 한국 기업들이 언급되고, 대중 제재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학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이 정치, 경제적으로 한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제기된다.

앞서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디어펜 포럼에서 “미중패권 경쟁은 점점 더 심화될 것”이라며 “중국과 가까이 지내면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걸 배경으로 깔고 가면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은 간단하다. 새로운 한미동맹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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