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세탁기 잘 보존된 것 같지 않다”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지난해 9월 독일 IFA 가전박람회 행사장에 전시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법정에 섰다.

   
▲ LG전자가 공개한 현장 CCTV 동영상 캡처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사장)은 3일 오전 9시55분 서울중앙지법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의 심리로 첫 공판이 진행됐다.

조성진 사장의 변호인은 “드럼세탁기 도어는 크고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처지는 현상이 있다”며 “도어가 흔들리는 것 역시 문제가 된 크리스털블루 세탁기의 특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사장의 행동만으론 문제의 세탁기에 있는 흠은 생기지 못한다”며 “문제의 세탁기가 잘 보존된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조 사장의 행동 이후 세탁기에 변형이 가해졌다면 그 책임을 조 사장에게 묻진 못할 것”이라며 “전시회 당시 삼성 측 프로모터가 불과 몇 미터 옆에 있었지만 그들은 조 사장의 행동을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조 사장이 세탁기를 누르는 행위를 한 후에도 계속 현장에 머물며 세탁기를 관찰했다”며 “당시 매장엔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었는데 고의로 물건을 부수러 갔다면 CCTV 위치도 확인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덧붙였다.

법정에서는 조성진 사장이 전시장과 매장을 둘러보는 모습과 삼성 세탁기를 양손으로 누르는 모습이 담긴 CCTV가 증거로 재생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IFA 2014 기간 중 자사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혐의로 조성진 사장과 조한기 상무(세탁기연구소장), 임직원들을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또 독일 자툰 슈테글리츠 매장에서도 세탁기 3대가 파손된 사실이 추가로 발견돼 CCTV를 확인한 결과 양복 차림의 동양인 남자 여러 명이 제품을 살펴보다가 그 중 1명이 세탁기를 파손하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다음 공판은 오는 21일 비공개로 진행되며 문제의 세탁기가 보관된 서울중앙지검에서 파손된 세탁기 3대와 정상 세탁기를 비교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