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그리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채 15억5000만 유로를 값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에 빠졌다. 5일 유럽 채권단의 협상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그렉시트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채권단이 가장 바라는 결말은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과반수가 협상안에 찬성해 긴축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것이다. 공식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은 물론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Grexit)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만큼 유럽 전역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5일 국민투표 결과 채권단의 협상안이 받아들여지면 그리스는 유로존과 IMF가 제시한 긴축 프로그램에 들어간다. 자연스럽게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가 다시 구제금융 협상에 나서게 된다.

이 경우 그리스는 연금 삭감과 세금인상 등 긴축정책이 불가피하다. 대신 국가부도를 막고 유로존에도 남을 수 있다. 현지 여론조사에 의하면 채권단 협상안을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집권여당이 긴축계획을 받아들일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변수가 발생할 여지도 다분하다.

   
▲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에 빠진 가운데 5일 채권단 제시안을 두고 국민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 연합뉴스

국민투표에서 협상안이 부결되면 그렉시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가 디폴트 선언 후 유로존을 탈퇴하고, 유럽중앙은행(ECB)가 그리스 은행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하면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유로 대신 도입할 새로운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리스가 EU를 탈퇴하면 그리스 내 금융시스템 붕괴, 대외교역 마비, 高인플레이션, 공공부문 및 기업 디폴트가 불가피해진다. 관세·비관세 장벽이 높아서 수출 개선이 불투명하고 물가 폭등이 뒤따른다. 가계소득 하락, 생필품 부족으로 인한 장기 경기침체까지 예상된다. 유로존에서도 대출금 회수가 불투명해지고 전염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시적 금융시장 혼란 및 경기후퇴를 막을 수 없게 된다.

해당 여파는 우리나라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발 위기가 EU에 대한 수출증감률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18일 '그리스사태의 한국경제 파급영향'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발 우려가 확산돼 유로화 통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경기둔화도 예상되면서 원/유로 환율이 전년대비 4%p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 연구위원은 “그렉시트 우려가 확산되면 유럽 실물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EU의 경제성장률도 IMF의 전망치(2015년 1.8%)보다 0.8%p 하락할 수 있다”고 가정하며 “이 경우 한국의 EU 수출증감률은 7.3%p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가 최악의 결과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에서도 전세계 금융시장 동요가 적은 것에 대해 “그리스와 채권단이 파국을 피하기 위해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 그리스에 대한 각국 금융기관 익스포저가 많지 않아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믿음, 여러 가지 정책 수단들(QE, OMT, ESM 등)들이 안전판 역할을 하며 시장의 불안심리를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가 그렉시트로 향할지 여부는 20일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20일은 35억 유로의 유럽중앙은행(ECB)의 채무 만기일이다. 그리스가 이 돈을 값지 못하면 ECB가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중단 또는 감축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그리스의 ELA 잔액은 860억 유로에 달한다. 이때까지 그리스가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공식적인 디폴트가 불가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