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없어 합병 논의 '지지부진'…은행장 결정이 '모멘텀' 될 가능성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지난 26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개최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단수 추천했다. 핵심 자회사인 은행 분야 리더가 결정되면서 신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 방향성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증권업계 최고의 관심사는 역시 ‘증권사 인수’다.

   
▲ 우리금융그룹이 지난 26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개최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추천했다. 사진은 서울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김상문 기자


27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단독 추천했다. 그룹 측은 조병규 은행장 후보가 탁월한 영업능력과 풍부한 경력을 가진 점, 기업영업 분야에 특화된 비전을 갖추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1965년생인 조 후보자는 관악고와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우리은행 강북영업본부장, 준법감시인,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3월부터는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점장 초임지였던 상일역지점을 1등 점포로 만든 경험, 본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근무시기에 전 은행 KPI(성과평가기준) 1위와 2위(2013‧2014)를 각각 수상한 경험은 그의 영업 역량을 잘 설명한다는 평가다.

작년 12월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상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와 중소기업 자금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시행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조병규 후보자가 맞서야 할 금융권과 우리금융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우선 은행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식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자장사에 치중한다’는 정부‧당국의 비판이 대표적이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은행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단골로 나오는 얘기가 ‘증권사 인수설’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언제든 결국 증권사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5대 금융지주사 중에서 증권사가 없는 곳은 우리금융 뿐이다.

임종룡 회장 역시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의지를 드러내는 중이다. 그는 지난 3월 취임 당시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아예 "증권·보험사를 인수해 그룹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조건에 맞는 매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금융의 고민도 깊어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이 일단락되면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우리금융이 유안타증권이나 SK증권, 심지어 삼성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한차례씩 나왔지만 실제 진전된 상황은 아무 것도 없었다. 최근엔 우리금융이 저축은행 인수를 먼저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가 우리금융 측에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번 우리은행장 선임이 팽팽한 균형을 깨고 M&A 관련 논의에 급물살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를 타진한다는 사실이 범금융권 전체에 공유되고 있어 오히려 진행이 늦어지는 면도 있는 것 같다”면서 “여전히 인수‧합병시점을 특정할 수는 없겠지만 방향성이 그쪽(증권사 인수)이라는 점만큼은 뚜렷해 보인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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