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팬덤 논란에 '합리적 토론' 추구했지만 성과 유명무실
비명계 '제명·출당' 청원 범벅...좌표 찍기·문자테러 개선 안돼
저조한 청원 참여율에 "개딸 놀이터", "빛 좋은 개살구" 비판도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악성 팬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응답센터(당원청원시스템)를 도입한지 300일이 지났지만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 1일 강성 당원들의 좌표 찍기, 문자 테러 등 폭력적 의사 표현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응답센터를 도입했다. 공적인 공간에 의견을 표출토록 함으로서 합리적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30일 동안 권리당원 2만 명이 동의할 경우 지도부에 청원 내용을 보고하고, 5만 명이 동의할 경우엔 의무적으로 응답하는 현재 청원시스템을 구축했다.

   
▲ 더불어민주당이 악성 팬덤 문제 근절을 위해 지난해 8월 도입한 국민응답센터가 운영 300일이 지났지만 성과는 미약한 것으로 확인된다. /사진=국민응답센터 캡처


그러나 국민응답센터를 통해 지난 300일간 이뤄진 청원 134건을 분석한 것에 따르면 합리적 토론이라는 청원시스템 도입 목적과 달리 오히려 계파 갈등을 유발하는 ‘촉매’로 전락한 것으로 여겨진다. 도입 초기 지적됐던 음해성 청원 등의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탓이다.

실제 28일 진행 중인 다수의 청원들은 여전히 비명계를 향한 제명과 출당 요구인 것으로 확인된다. 박광온 원내대표 제명, 이원욱 의원 징계, 이재명 대표를 비판한 당원 퇴출, 설훈 의원 탈당 요구,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논란을 비판한 대학생위원회의 직위해제 등이다.

앞서 민주당은 음해성 내용이 청원의 주를 이루자 당 내부에서조차 청원시스템에 대해 “개딸 놀이터”, “비명계 억압용 명분 창구”라는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진 바 있다. 

당 지도부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며 개선에 나섰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청원시스템 목적이 변질돼 근본적 효과에 대한 의문도 지속되고 있다. 음해성 청원에 대한 반감이 큰 탓에 전체 청원 성공률이 116건 중 7건(6.3%)에 그치고, 이마저도 특정 계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으로 점철돼 민의와 당심이 왜곡되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원시스템 도입 후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당헌 80조 완전삭제’ 청원이 대표적 사례다. 친명계는 해당 청원을 근거로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는 지적을 받는 ‘기소 시 직무정지’ 조항 삭제를 추진했다.

그러나 실제 당무위원회 및 중앙위원회 등을 거친 결과 당헌80조 완전 삭제 시도는 좌절됐다. 당원 청원이 당의 의견을 대변하는 ‘당심’이라는 주장과 괴리가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친명계 명분 창구 또는 비명계 음해용으로 전락한 당원청원시스템 개선에 실패한다면 국민응답센터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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