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선박 수요 높아지며 연구개발 인력 수요 늘어
외국인 노동자 대체 나서지만 숙련공 부족 현상 심화
위험하고 고된 노동에 맞는 정당한 보상 필요성 높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조선업계에서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국내 빅3가 충분한 일감을 확보했지만, 인력난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의 일감은 현재 3년치 이상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일감을 소화할 수 있는 인력난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아 고민이 깊다. 생산현장과 함께 고부가가치 일감인 친환경선박 개발에 참여할 인력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꾸준한 호재 속 깊어지는 인력난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이 총 1조2392억 원 규모의 선박 5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아시아 소재 선사로부터  PC(Product Carrier)선 2척을 수주하며 꾸준히 일감을 쌓아가고 있다.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HD현대가 건조한 LNG운반선,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축발전기와 공기윤활시스템이 적용된 LNG운반선, 한화오션(구 대우조선)이 건조해 카타르에 인도한 초대형LNG운반선. /사진=각 사 제공


더욱이 하반기에는 카타르발 LNG선의 수주소식이 있어 더 많은 물량이 국내 조선 빅3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조선 빅3는 이 같은 호재에도 웃을 수 만은 없는 입장이다. 현장 생산인력부터 설계, 연구개발 등 총체적인 일손이 부족한 실정 때문이다. 

현재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들의 환경규제가 압박을 가하며 글로벌 선사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메탄올, 암모니아 등 대체연료 추진 친환경 선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조선업계도 대체연료를 적용한 선박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환경선박에 대한 수요와 수주가 집중됨에 따라 국내 빅3사 역시 이에 대한 연구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암모니아 실증설비'에 나섰으며, HD한국조선해양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스운반선을 수주하며 축적해 온 액화가스 화물창 설계 역량을 기반으로, 수소 해상운송 시대를 준비하는 유럽연합(EU) 최대규모 연구혁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에 따른 고급연구개발 인력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나아가 선박 설계와 같은 분야의 인력 역시 꾸준한 수주에 따라 더 많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로 직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미뤄지면서 생산현장을 중심으로 인력 이탈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또 설계, 연구개발 등 고급인력에 대한 충원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조선소마다 구인난에 시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과 관련된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 자체가 줄었고, 국가적으로 보면 저출산으로 인해 모수 자체가 감소했다는 것도 문제다"며 "오랜 기간 경기침체를 겪으며 수당 등을 줄인 조선업계의 처우가 다른 기업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없는 것도 인재 영입이 쉽지 않은 이유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도 선박 수주가 이어지고 선박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에 따른 처우 개선도 기대되고 있다"며 "한화오션을 인수한 한화그룹이 조선업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이후 더 열악해진 일자리

실제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조 단위 손실이 불거지고, 발주 시장까지 얼어붙자 정부가 나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조선소마다 감원 칼바람이 불었고, 경영진은 상여금을 깎고 임금을 동결시켰다. 

여기에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잔업과 특근까지 줄면서, 2015년 대비 최저임금은 64.2% 올랐지만 조선 노동자 실질임금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 옛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한화오션으로 탈바꿈한다./사진=한화오션 제공


무엇보다 선박 건조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하청 노동자의 현실은 더 열악했다. 가뜩이나 원청 대비 50~70% 수준이었던 임금이 더 낮아진 것이다. 이후 최근까지도 임금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금도 월급을 적게 받는 노동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조선소를 떠난 노동자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들이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은 대부분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이나 배터리 공장 등 육상 건설현장으로 알려졌다. 

최근 반도체 업황악화로 상황이 좋지 않아졌지만, 1~2개월 전까지만 해도 조선소에 비해 5만 원가량 높았다. 1달간의 월급으로 따지면 100만 원 이상 큰 차이가 나는 금약이다. 안전수칙 준수와 같은 규제강화로 노동 강도는 줄었지만 수령하는 임금은 많기 때문에 일감이 줄어 떠났던 인력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지난해까지 충분한 일감을 채운 조선 빅3는 올해부터 수익성 높은 수주건에 대해서만 계약하는 선별수주 전략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여전히 HD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수주가 지속되고 있고, 선박 가격은 더 높아지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최근 조선 빅3의 수주잔량은 약 3734만CGT(669척)로 지난 2011년 이후 최대 수준이며 주력선종인 LNG선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넘어 2억6000만 달러 돌파까지 예상되고 있다.


◇궁여지책까지 동원된 조선업계 일감

조선업계의 꾸준한 수주 증가로 인해 인력난에 대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일부에서는 선박 블록건조를 중국 조선업계에 맡기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조선해양은 군산조선소를 통해 연간 10만 톤 규모의 블록 생산을 추진하며 현재 보유한 일감을 국내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전 호황기에도 한국조선해양은 중국 조선업계에 블록을 발주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선소에서도 인력부족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선박 블록을 건조하는 국내 협력업체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인력 뿐 아니라 조선소에서 수년간 업무경험을 쌓았던 숙련공까지 이탈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를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이 귀화신청 등을 통해 한국에 정착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높아 숙련공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것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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