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국고보조금 부정사용 발표 2일만에 시도교육청 '재정 부실' 적발
위법, 수사 의뢰 검토…증빙서류 미비, 어느 단체 누구에 갔나 확인 불가
행안부,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추진…'이재명표 예산', 여야 충돌 전망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위법·편법·부정사용에 대한 적발·삭감·수사 의뢰까지.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 당시 예산의 관리·감독 문제에 칼날을 빼들고 나섰다.

대통령실이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314억원의 부정 사용 정황을 발표한지 이틀만인 지난 6일 국무조정실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대한 지방교육재정 운영실태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부 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시·도 교육청의 재정 운영실태에 있어서 총 97건·282억원의 위법·부당한 예산집행 사례를 적발했다.

이 위법·부당한 예산집행은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투입된 주요 예산사업들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는 다양하다. 비용을 과다 산정하면서 교부금 30억원을 낭비했거나 운영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지출하는 등 사업비·물품계약 관리의 부적정 사례, 환경개선기금 예산을 이월하지 않고 기금에 적립했다가 이듬해 예산에 재편성하는 편법 운용 사례, 법령을 위반해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 계약을 맺은 사례 등이 적발됐다.

   
▲ 6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개최된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특히 지난 2021년 지방의 한 교육청이 북한에게 교육자재·의료품을 보내는 과정에서 사전 공고도 없이 특정 단체와 1인 수의계약(2년간 17억원의 용약 계약)을 맺었는데, 이 단체는 북한 협력단체 작성자의 실명이 누락된 공급확인서만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에 보낸 물품이 어느 단체 누구에게 최종 전달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른 단체는 북한으로 물품을 반출할 때 사용한 컨테이너를 8000만원을 들여 구매하고도 장기 대여한 것으로 허위 정산하기도 했다. 이 컨테이너는 아직 북한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했다.

이뿐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1일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액을 제외한 2024년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는데, 이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신호탄이다.

지역화폐는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표 예산'으로 부를 정도로 옹호하는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도입한 것으로, 지방자치단체 주민이 지역 내에서 구매할 경우 일정 금액을 환급받거나 액면가보다 더 할인 받아 구매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행안부의 이번 예산안 제출은, 정부가 지역화폐에 대한 국비 지원을 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올해에도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여야 간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역화폐에 대해 "정부가 모든 지자체를 지원하는 건 사업의 성격에 맞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당분간 현 정부의 이전 정부 예산 옥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 악화로 예산이 필요한 곳은 더 많아졌는데, 정부가 거두어들이는 세금은 줄어들었다. 정부가 예산 운용의 효율성을 어느 때보다 높여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