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17개월만에 반등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단이 모두 3%대로 대출 문턱이 낮아지자 줄어들던 가계대출이 들썩이고 있다. 낮아진 금리에 부동산 시장마저 최근 반등기미를 보이면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17개월 만에 반등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3.910∼6.987% 수준이다. 약 20일 전(연 4.090∼6.821%)과 비교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180%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출 금리 산출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0.120%포인트(3.560%→3.440%) 떨어진 데다가 은행들이 상생 금융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줄이고 우대금리는 늘리는 등 대출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3.800∼6.669%)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연 3.920∼6.044%)의 하단도 모두 3%대로 떨어졌다.

이처럼 대출 금리가 떨어지면서 가계대출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전월(677조4691억원)보다 1431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월부터 16개월 연속 이어지던 감소세가 증가로 전환한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가 견인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줄어들던 주담대는 5월 말 509억6762억원을 기록하며 전월(508조9827억원)보다 6935억원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을 포함한 주담대가 가계대출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일 기준 3184건으로 2021년 8월(4065건) 이후 가장 많았다. 아파트값 급등 초기였던 2021년 4월(3657건) 거래량의 90%가까이 회복한 수준이다. 거래량이 차츰 늘면서 가격도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지난 1년 반동안 이어져왔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축소) 흐름이 약화되며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질 경우 금융안정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과 최인협 정책총괄팀 과장은 최근 한은 블로그에 게재한 '향후 정책 운영 여건의 주요 리스크 요인'을 통해 "주택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단기적인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로 인해 디레버리징 흐름이 약화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를 높이고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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