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평가" vs "더 오른다" 논란…국내 반도체 섹터에도 영향↑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들어 국내는 물론 미국 증시에서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하나의 종목 혹은 섹터가 증시 분위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상황이 잦아졌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으로 대표되는 2차전지 섹터가 관련주들은 물론 코스닥 지수 전체 흐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 코스피 대표 섹터인 반도체 관련주들은 지난 4월까지 주춤한 모습을 이어갔지만 지난 5월 하순 무렵부터 흐름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사진=김상문 기자


그 와중에 코스피 대표 섹터인 반도체 관련주들은 지난 4월까지 주춤한 모습을 이어갔다. 국내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굴지의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던 흐름이 반전된 것은 지난 5월 하순 무렵부터였다. 

6만원 안팎에서 오랫동안 맴돌아온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5월19일 경부터 상승세에 시동을 걸어 현재 7만1000원 선까지 올라왔다. SK하이닉스 역시 9만원대 박스권을 뚫고 주가 10만원을 넘겨 11만원을 넘보고 있는 상태다. 2차전지 훈풍이 반도체 섹터로 어느 정도 넘어온 모습이고, 코스닥에 비해 부진했던 코스피 지수 역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반도체주들의 약진에는 바다 건너 미국 증시의 한 종목이 강력한 모티브로 작용했다. 엔비디아(NVDA)의 강력한 상승세가 바로 그 이유였다. 지난달 25일 엔비디아는 전일 대비 최고 29.28%까지 폭등하며 세계 증시를 놀라게 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50불 수준이었던 주가는 지난달 30일 419.38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 주가는 다시 380~390대로 내려와 횡보하고 있다.

한국에서 ‘에코프로 형제’들의 최고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듯 현재 미국에서도 엔비디아 주가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엔비디아 주가가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반면 주가가 아직 더 부양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 쪽의 논리도 만만치 않다.

엔비디아가 각광받는 이유는 이 회사가 인공지능(AI)이 새롭게 열어갈 세계 경제의 주인공 역할을 할 가능성 때문이다. 아울러 이 낙관은 한국 반도체 회사들의 주가 기대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의 향방은 앞으로도 국내증시 반도체 섹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지난 2주간 반도체 업종 주가는 약 1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3분기까지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가격하락 폭은 현저히 둔화되고, 4분기부터 출하증가 효과로 가격의 상승전환이 예상된다”면서 “2000년 이후 최대 순매수를 나타내고 있는 외국인의 삼성전자 머니무브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가운데 포착되는 한 가지 특이사항은 국내 반도체 관련주들의 실적이 올해보다 내년 이후 시점부터 호전된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의 주가 상승세가 미래의 기대감을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도체 섹터에서 투자할 종목을 찾기 위해선 내년 이후 실적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는 뜻도 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실적 측면에서 대형주와 후공정 관련주가 선제적인 회복을 시현할 것”이라면서 “AI에 대한 반도체 수혜의 현실화로 주가는 급등했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한국 반도체에 대한 프리미엄 요소와 업황의 반등 포인트는 지속될 것이므로 주가 조정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하나마이크론, 한양디지텍, 이오테크닉스, HPSP, 유진테크, 한솔케미칼, 파크시스템스, 넥스틴 등의 종목을 선호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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