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지난해 대법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일괄적으로 입원 치료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수술 건수와 비급여 비용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 대형 손해보험사에 올해 3월까지 접수된 백내장 다초점렌즈 수술 건수는 지난해 3월 9372건에서 같은 해 12월 721건으로 92.3%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백내장 보험금을 통원 보장 한도에서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판결로 보험사가 백내장 보험금을 통원 기준으로 지급하면서 최대 보험급 지급 한도가 2000만~3000만원 수준에서 회당 20만~30만원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통계로 그간 실손의료보험 적자 주범으로 꼽힌 백내장 과잉진료가 확인됐다고 말한다.

백내장이 정말 필요한 수술이었다면 일정 수요가 유지돼야 하는데 건수가 종전의 10% 미만으로 줄어든 것은 일부 안과가 실손보험금을 노리고 과잉수술을 해왔다는 의혹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영향으로 과잉수술이 사라지고, 정말 수술이 필요한 환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술 대상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50대 환자의 수술 비중이 지난해 3월 55%에서 12월 38%로 줄었다. 대신 60대 이상 수술 건수는 44.7%에서 62.4%로 늘어났다.

한 번에 양쪽 눈을 모두 수술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95.9%에서 79.5%로 줄었다.

특히 고가렌즈를 사용한 수술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비급여로 분류되는 다초점렌즈의 평균 가격은 이 기간 512만원에서 275만원으로 46% 급감했다.

지난해 3월에는 100만원대 렌즈를 사용한 수술이 2%에 불과했던 반면 500만원대 이상 고가렌즈를 사용한 수술은 52%에 달했다.

그러나 9개월 뒤인 12월에는 100만원대 렌즈를 사용한 수술이 48%로 급증하고, 500만원대 이상 렌즈를 사용한 수술은 9%로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서는 안과가 렌즈 가격을 인하하고, 고가렌즈 대신 실속형 저가렌즈 사용에 나서면서 다초점렌즈 가격이 하락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백내장 과잉수술과 더불어 비급여 가격 부풀리기가 심각했으나 대법원 판결 이후 실손보험 보상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러한 행태가 사라지고 다초점렌즈 시장도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간 백내장 수술로 지급되는 실손보험금은 매해 증가해왔다. 생명·손해보험협회 집계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로 지급된 생·손보사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지난해 1분기 457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한 달간 지급된 보험금만 2053억원이다.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4%에 달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이 비중은 9.0% 수준이었다.

손해보험 10개사의 백내장 수술 관련 하루평균 실손보험금 청구액은 2021년 40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1월 53억8000만원, 2월 67억5000만원, 3월 11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과잉진료를 잡으면서 보험금 지급액이 줄고 손해율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8년 100.4%, 2019년 111.6%, 2020년 111.8%, 2021년 113.1% 등에 이어 지난해에는 101.3%를 기록, 전년 대비 11.8%포인트 낮아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백내장 관련해서는 보험금 지급 과정이 명확해졌다"며 "앞으로 도수치료 등에도 비급여 보험금의 누수를 막고 실손보험 보험금이 적정하고 합리적으로 집행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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