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 본격 시도할 수 있는 장 열려”
2024년 한미일 3국 동시 이사국 활동, 1997년 이어 두 번째
“북한 문제 논의 주도가 첫째 목표, 핵·인권 문제 같은 비중”
“한미일 공조보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더 중요, 협력 확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우리나라가 7일 역대 3번째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또 내년 6월 한달간 안보리 의장국도 수임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날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외교를 본격 시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우리나라는 아시아태평양그룹에서 단독으로 입후보했으며, 이날 투표에 193개 유엔 회원국 중 192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총 유효투표 192표 중 180표의 지지를 얻었다. 안보리 이사국 당선을 위해선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출석해 투표한 국가의 2/3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또 안보리는 5개의 상임이사국과 10개의 비상임이사국이 영어 알파벳 순서에 따라 매월 돌아가면서 의장국을 수임한다. 우리나라는 비상임이사국 2년 임기동안 한 두 차례 안보리 의장국을 비롯해 25개 산하기구의 의장국을 맡을 전망이다.

이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는 우리시간으로 6일 밤 11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실시됐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알제리, 시에라리온, 슬로베니아, 가이아나가 2024~2025년 임기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우리나라는 1996~1997년, 2013~2014년 비상임이사국을 맡은데 이어 이번에 3번째로 안보리에 재진입했다.

   
▲ 한국이 6일(현지시간) 2024∼2025년 임기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가운데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유엔 회원국 대사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3.6.7./사진=연합뉴스

안보리는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가진 기관으로서 전세계의 무력분쟁을 포함해 국제 평화·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안보리는 필요 시 유엔 회원국에 대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기도 하다. 

외교부는 “우리나라는 안보리 내에서 평화 유지와 평화구축, 여성·평화·안보뿐 아니라 사이버안보, 기후와 안보 등 신흥안보 논의를 주도해나갈 계획”이라면서 또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북한의 핵개발 위협에 대한 안보리 대응에도 적극 기여하고, 안보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이사국들과 긴밀히 협력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다른 이사국들과 매일 만나서 교류하다보면 북한 문제에도 훨씬 더 수월하게 접근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안보리 일정은 거의 매일 꽉 차 있으므로 그만큼 소통할 기회가 많아진다. 특히 최근 안보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새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설득작업을 효율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안보리 이사국은 국제 평화·안보 유지와 관련한 중요 사안에 대해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는데 참여하게 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과 다양한 현안에 대해 수시로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중대한 사안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도 이사국 자격으로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무래도 이사국 임기동안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 논의를 주도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이사국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은 1997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미일 3국이 동시에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되는 해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과 미국, 일본 3국간 다양한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과 연대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북한인권 문제가 공식적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교섭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북한인권 문제 두가지 모두 중요하다. 같은 비중을 두고 다룰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핵·미사일을 도발하면 당연히 안보리 차원에서 대응해하는 전략적 접근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유엔 홈페이지

다만 우리가 의장국을 수임할 때엔 직접 이해관계에 있는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은 어려워진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 미국 등 다른 유사입장국들이 의장국 활동을 할 때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북한인권 문제가 공식적으로 안보리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교섭활동을 적극 해나갈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안보리 이사국이 되었지만 여전히 북한 문제의 관건은 중국과 러시아에 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이날 “우리가 안보리에 들어간다고 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갑자기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계속 소통하며 노협력의 폭을 넓혀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는 미·중 간 전략경쟁 및 미·러 갈등이란 역학구도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책임을 돌리고,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위성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의결을 위반하는 제재 사항으로 안보리회의가 소집됐지만 번번이 중·러의 반대로 언론성명이나 의장성명조차 채택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한 우리에게 한미일 공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중·러와의 관계를 푸는 일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한미일 간 공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라며 “당연히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안보리의 모든 의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veto)을 갖고 있는 상임이사국인 만큼 계속 소통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